최근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현주엽 씨(45)에 대한 '학폭(학교폭력)' 폭로 글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논란이 됐다. 현씨는 해당 내용이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진실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현씨의 중·고교 후배들을 만나 그의 학창시절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현주엽. 사진=연합뉴스

현주엽. 사진=연합뉴스

"개인폭력은 금시초문"
"폭로자들이 제시한 내용에 대해 당시 본 적도 들은 적도 겪은 적도 없습니다. 현주엽 선수는 운동실력이 뛰어나 추앙받던 선배였고 폭력을 저지를 사람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습니다. "

현씨의 서울 휘문중·고교 후배인 A씨와 B씨는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입장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이들은 커뮤니티 폭로자들과 함께 운동부 생활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중 한명은 폭로자가 올린 상장을 통해 누구였는지 알게됐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당시 학교 운동부는 기강이 매우 엄해 단체 기합을 받곤 했다. 지금 기준엔 학교 폭력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그 정도는 현주엽 선배 말고 다른 선배들 모두가 그랬고 폭로한 그 학년 선배들로부터 저도 겪은 일"이라고 말했다.

A씨는 "학폭이 이슈가 된 이 시기에 (현 선수로부터) 피해를 당했다는 지금의 폭로 사태가 다소 일방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당시 단체 얼차려를 받고 '빠따'를 맞는 등의 일은 많이 겪었다. 개인 심부름, 소위 말해 '셔틀'이 비일비재했다. 쉬는 날 학교에 나와서 선배들의 비위를 맞추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놓고 그분들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건 다소 어폐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선배가 무서워 단체로 도망갔다는 말이 나오던데 저희 때도 그 학년 선배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단체 이탈한 경험이 있다. 주장인 현 선수에게 아픈걸 이야기하고 코치한테 이야기해야 병원에 갈 수 있었다는 내용이 있던데 그 또한 그들 밑에 있던 후배들도 겪었던 일이다"고 했다.
거세지는 진실공방
이들은 당시 체육계의 폭력적인 문화가 문제였지 현씨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B씨는 "악습의 되물림으로 모두가 피해를 봤는데 단지 현씨가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이런 사태가 벌어진게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며 "당시 그냥 운동을 열심히 하고 '포스'가 남다른 선배였을 뿐"이라고 했다.

최근 2년까지도 현씨와 안부인사를 묻곤했다는 B씨는 이 사태에 대해 연신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30년 전이 아니냐"며 "요즘이야 학폭 문제가 제기되지만 그때는 맞으면서 운동하는 게 당연시되는 시대였다. 내가 아는 현 선배는 오히려 좋은 선배"라고 했다.

그는 "'형 따라 오려면 열심히 해야한다'며 격려도 해주고 자신의 신발을 후배들에게 나눠줬던 기억이 있다"며 "내 기억에는 좋은 사람인데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고등학생 때 국가대표였으니 기량이 월등해 당연히 추앙을 받았고 범접할 수 없었다"며 "폭로글에서 나온것처럼 황태자 행세를 했고 군림을 했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당대 최고의 농구 선수 H의 진실'이란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H씨의 학교 2년 후배이며 본인이 1992년 추계전국남녀 중고 농구연맹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상장 사진도 함께 올렸다. 이후 H씨가 현씨라는 게 알려졌다.

글쓴이는 △아파서 병원에 가려면 H씨 허락을 받아야 했고 △운동장에서 '원산폭격(뒷짐을 진채 몸을 굽혀 머리를 땅에 박는 동작)'을 10~30분 시키고 버티지 못하면 주먹이나 발로 때렸고 △H씨 농구화에 발자국을 새긴 사람이 나오지 않자 단체로 혼냈고 △후배들이 잘못하면 장기판 모서리로 때렸으며 △본인 도시락 반찬 소시지에 방귀를 뀌어서 후배들에게 강제로 먹으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H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1, 2학년 후배 13명이 단체로 도망가기도 했으며 연산군에 빗댄 별명 '현산군'으로 불렸다"고 했다. 현씨의 중학교 후배의 친구라는 한 사람은 "내 친구는 장기판으로 맞아 머리가 찢어져 꿰맸다. H씨는 '학폭의 끝'이었다"고 주장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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