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택배 상·하차 작업에 외국인 노동자를 투입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섰다. 택배 상·하차 작업은 대표적인 중노동으로 분류돼 일할 노동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해 외국인들의 취업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이 같은 내용의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방문 취업(H-2) 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의 취업 허용 범위를 넓히는 게 개정안의 주 내용이다.

이 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외국인 근로자들은 택배 상·하차 업무뿐 아니라 과실류·채소류·서류(감자 고구마 등)·향신작물류 도매업, 식육운송업, 광업 등에도 종사할 수 있게 된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H-2 비자를 보유한 외국인은 제조업, 건설업, 호텔업 등 단순 노무 분야 39개 업종에서만 일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외국인 취업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산하 외국인력정책위원회의 결정사항을 반영했다. 지난달 외국인력정책위가 택배 상·하차 업무에 한정해 H-2 자격의 외국인 노동자 취업을 허용하기로 하자 법무부가 관련 법 시행령 개정에 나섰다.

고용부에 따르면 내국인 피보험자(직원) 수가 21명 이상인 사업장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를 10명까지 고용할 수 있다. 다만 택배 상·하차 업무가 아닌 택배 분류업 등에 종사시킨 것으로 적발되면 고용 허가 취소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재계는 그동안 택배 상·하차 업무에도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상·하차 작업은 노동 강도와 밤을 새우는 작업시간 때문에 내국인이 기피하는 업무로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열악한 노동조건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며 노동계가 반대한 데다 국토교통부도 “내국인의 일자리를 잠식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이견을 내면서 2019년 외국인 취업 확대안이 무산된 바 있다.

택배 상·하차 작업은 분류 작업과 더불어 ‘죽음의 작업’으로 불리며 택배업 종사자들의 과로사 주 원인으로 꼽혀왔다. 2018년 8월 CJ 옥천터미널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직원이 작업 도중 쓰러져 숨졌다. 지난해 과로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기사들의 숫자만 해도 16명에 달한다. 올해에도 벌써 4명이 사망했다.

법무부는 다음달 26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국무회의 등을 거쳐 시행령을 확정할 계획이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