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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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에 직원을 구하는 가게의 이름과 주소가 '가짜'로 올라왔다면, 구인 공고를 올린 사람뿐 아니라 해당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에게도 법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사업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낸 A씨에 대해 원심을 깨고 고용노동부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유흥업소 전문 구인구직 사이트를 운영해온 A씨는 2018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사업정지 1개월' 처분을 받았다. 앞서 2017년 A씨의 사이트에 "사람을 구한다"며 글을 올린 업체들 중 주소와 전화번호를 허위로 기재한 경우가 6건 적발됐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A씨가 직업안정법 시행령 제28조를 위반했다고 봤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직업 정보 소개사업을 하는 사람은 구인자의 신원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 구인광고를 게재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A씨는 이같은 당국의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에 사업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A씨의 사업정지 처분취소를 인용했다. 정지 기간 없이 계속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고용노동부가 "시행령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해석해 잘못 적용했다"고 판단했다. 우선 고용노동부가 직업안정법 시행령 제28조의 제1항을 근거로 A씨에게 정지 처분을 내렸다는 점에 주목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구인자의 업체명(또는 성명)이 표시돼 있지 않은 경우'와 '구인자의 연락처가 사서함 등으로 표시된 경우', 직업 정보 제공 사업자는 업체의 구인광고를 올리지 못하게 막고 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주소와 전화번호가 허위인) A씨 사건은 이같은 두 가지에 경우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사업정지 처분을 받은 것은 위법하다"고 봤다. 또 "침익적 행정처분(제재를 가하는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이런 판단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 재판부는 구인자의 업체명과 성명 등이 허위인 경우 직업안정법에서 정한 준수사항을 어긴 것으로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A씨가 업체명과 연락처 등 구인자의 신원에 관한 정보를 그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구체적으로 기재한 것 만으로는 직업안정법에 규정한 직업 정보 제공 사업자의 준수사항을 이행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무엇보다 직업안정법의 취지에 집중했다. 재판부는 "해당법 시행령 제28조의 입법 목적은 구직자로 하여금 구인자의 확실한 신원과 주소, 전화번호를 알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며 "자신의 신원을 숨기고 불법·유령업체를 운영하는 구인자로부터 구직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제재 등을 포함하는 침익적 행정처분은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반박했다. 재판부는 "행정실무적으로나 입법정책적인 필요만을 이유로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 처분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 처분상대방에게 불리한 내용의 법령해석은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대법은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