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최근 직권조사 결정문 작성…내용은 비공개
'박원순 직권조사' 결정문에 등장한 '서울대조교 사건'

국가인권위원회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직권조사 결정문을 작성하면서 과거 박 전 시장이 직접 성희롱 피해자 변론을 맡은 사건을 거론해 눈길을 끈다.

12일 연합뉴스가 확보한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인권위는 국내외 성희롱 규제 연혁을 서술하는 대목에서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을 언급했다.

서울대 신 교수 사건은 1993년 자연대 조교인 우모씨가 교수 신모씨로부터 신체적 접촉이나 성적 제의를 거부한 것을 이유로 해임당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알려졌다.

6년간 법정 공방 끝에 1998년 대법원은 '직장 내 성희롱'을 인정하고 원고인 우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대 신 교수 사건을 계기로 직장 내 성희롱은 여성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침해하는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정립됐다.

당시 인권 변호사였던 박 전 시장은 우씨의 사연을 듣고 무료 변론을 자처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직권조사 결정문에서 서울대 신 교수 사건을 인용하면서 박 전 시장이 담당 변호사였다는 점에 관해서는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1월 25일 박 전 시장의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의결했다.

인권위는 법원 판결과 달리 인용을 결정한 뒤에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결정문을 작성하며, 통상 성희롱 관련 사건은 공개하지 않는다.

'박원순 직권조사' 결정문에 등장한 '서울대조교 사건'

◇ 피해자 일부 주장 "신뢰할 만"…경찰청장에도 권고
결정문에서는 또 인권위가 피해자의 주장 전부를 사실로 인정하진 않았지만, 일부는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 서울시 등 관계기관뿐 아니라 경찰청장에도 권고를 내린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무릎에 '호' 했다"는 피해자 진술과 관련해 "피해자와 참고인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와 박 시장이 다친 부위에 '호 해준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눈 것은 사실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 시장이 안아달라고 했다"는 주장에는 "피해자가 (집무실 안) 내실에서의 행위에 대해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고 대화의 맥락을 고려하면 그 주장을 상당히 신뢰할 만하다"고 했다.

다만 인권위는 박 시장이 사망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이번 사건은 다른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관계를 엄격히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또 법원이 A씨의 성추행 피해를 인정했던 근거인 정신의료기관 상담기록과 관련해서도 "변호사와 만나 상담하고 박 시장에 대한 고소를 결심한 이후에 작성된 것"이라며 사실상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위에서 인정한 성적 언동은 부하 직원을 성적 대상화 한 것으로 합리적인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인권위는 서울시 비서실 내 성폭력 사건에서 서울경찰청 정보경찰들이 피해자 신분을 포함한 사건 내용을 시 관계자들에게 유포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경찰청장에 "정보경찰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고 직무의 기본원칙을 숙지할 수 있도록 교육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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