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서 숨진 3살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지만 DNA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A씨가 1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 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들어서고 있다. A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딸이 낳은 아이가 맞다. 나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경북 구미서 숨진 3살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지만 DNA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A씨가 1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 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들어서고 있다. A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딸이 낳은 아이가 맞다. 나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유전자(DNA) 검사 결과 경북 구미 빌라에 수개월 방치돼 숨진 3세 여아 친모가 당초 외할머니로 알려진 석모(48)씨로 밝혀진 가운데, 경찰이 아이의 친부로 지목된 석씨의 내연남에 대한 DNA 검사를 실시했으나 친자관계가 '불일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경북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여아의 친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날 석씨와 내연 관계에 있는 남성의 신병을 확보해 대구과학수사연구소에 DNA 검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검사 결과 이 남성은 숨진 여아의 친부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남성 이외에 석씨 주변의 또 다른 남성 한 명을 추가로 불러 DNA 검사를 진행했지만 이 남성 역시 DNA가 일치하지 않았다.

경찰은 앞서 DNA 검사를 통해 석씨의 남편이 친부가 아니라는 것도 확인했다.

DNA 검사 결과를 토대로 여아 살인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갈 예정이던 경찰 수사는 미궁에 빠지게 됐다. 경찰은 석씨를 상대로 추가 조사를 통해 친부를 확인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석씨는 전날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가기 전 "제 딸이 낳은 딸이 맞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숨진 여아의 친모라는 사실을 강력 부인했다.

석씨는 딸이 낳은 아이 행방에 대한 질문에는 별도로 대답하지 않고 "저는 딸을 낳은 적이 없어요"라며 출산을 재차 부인했다. DNA 검사 결과가 잘못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도 "네"라고 답했다.

구미경찰서는 석씨가 자신이 낳은 아이와 딸 김씨가 낳은 아이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임신과 출산을 한 데다 모녀가 모두 딸을 낳아 김씨조차 이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이 같은 사실을 구속된 석모씨의 딸 김모씨(22)에게 알려줬지만 김씨는 이 사실을 믿지 못했다고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앞서 숨진 여아, 김씨, 이혼한 전 남편 등의 유전자 검사에서 친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국과수는 결과가 너무 황당해서 여러 번 반복 검사를 하고 경찰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고 한다. 이에 경찰은 김씨의 친정어머니인 석씨에게까지 유전자 검사를 확대한 결과 석씨가 3세 여아의 친모인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상적 가족 관계가 아니었고, 가족 간에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 여러 사안에서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았다"며 "유전자 검사로 결과를 남겨 놓자는 취지에서 (석씨를) 검사했는데 외할머니가 친모로 나타났다"고 했다.

석씨와 김씨가 비슷한 시기에 출산한 후 한 아이가 사라졌지만, 가족들은 사라진 아이를 적극적으로 찾지 않았다.

김씨는 10대 후반에 집을 나가 동거하면서 부모와 사실상 인연을 끊은 사이였다고 한다.

같은 빌라의 2층과 3층에 살았지만, 왕래가 없었고 김씨가 작년 8월 초 3세 여아를 놔두고 이사한 지 6개월 만에 건물주 요청에 따라 부모가 지난달 10일 찾아갔다가 숨진 여아를 발견했다.

경찰은 석씨의 출산 경위와 아이를 손녀로 둔갑시킨 이유 등을 캐고 있다. 아이를 바꿔치기 하기 위해 석씨와 김씨가 공모했는지 여부도 살피는 한편 김씨가 출산한 아이의 소재 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0일 김씨를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방임) 등 혐의로 기소했다. 자신의 딸이 아니지만, 당시 보호자 위치에서 방치해 굶어 숨지게 한 점에서 살인 혐의를 그대로 적용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해 8월 초 인근 빌라로 이사 가기 전에 혼자 남겨놓은 딸의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김씨가 딸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이사를 갔으며, 무더위 속에서 홀로 남겨진 딸이 아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홀로 남겨진 아이의 울음소리를 수개월 간 주변 이웃들이 전혀 듣지 못한 것은 이상한 점으로 꼽힌다.

이에 경찰은 김씨가 아이를 심하게 학대해 울 수조차 없는 상태로 만들어 놓고 방치한 것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지만 중간 부검 결과는 사망원인 미상으로 나왔다.

김씨는 경찰에서 아이를 방치한 이유에 대해 "전 남편 아이라 보기 싫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평소 가족에게 숨진 아이와 함께 사는 것처럼 속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아이를 버리고 이사를 간 같은 달 말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11일 오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경북 구미서 숨진 3세 여아의 외할머니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1.3.11 [사진=연합뉴스]
11일 오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경북 구미서 숨진 3세 여아의 외할머니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1.3.11 [사진=연합뉴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팩트는 누군가 외할머니와 김씨를 아이를 바꾼 것"이라며 석씨가 '내 딸이 아니다'라고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범행을 부인하고자 마음 속에서 나타나는 생각을 그냥 이야기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외할머니 석씨의 부적절한 관계로 아이가 태어나게 됐는데 상대에게도 알릴 수 없고, 주위 사람에게도 알릴 수 없는 사정상 딸과 자신의 아이를 바꿔치기한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한다"고 했다.

DNA 검사 결과가 틀렸을 가능성에 대해선 "DNA R검사는 법원에서도 '불요증 사실'(공지의 사실·증명할 필요가 없는 사실)로 믿고 있는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더군다나 국과수 본원과 지원이 있는데 구미 경찰이 본원까지 가서 4번의 검사를 했다"며 "한 번도 아니라 4번 검사 결과가 모두 일치했다라는 점을 알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숨진 아이의 친모로 알려진 김씨는 자신의 아이를 낳은 직후 출생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석씨는 아이를 낳았다는 병원도, 출생신고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석씨가 통상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아이를 낳아 출생병원 등에 대한 기록도 없고,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