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경북 김천시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지난 10일 구미시 빌라에서 2세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아이의 어머니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 이날 오후 법원은 영장 심사 후 "도주 우려가 있다"며 살인 혐의를 받는 아이의 어머니를 구속했다/사진=연합뉴스
12일 경북 김천시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지난 10일 구미시 빌라에서 2세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아이의 어머니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 이날 오후 법원은 영장 심사 후 "도주 우려가 있다"며 살인 혐의를 받는 아이의 어머니를 구속했다/사진=연합뉴스
경북 구미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살 여아의 친모가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인물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사건은 여전히 미스터리 투성이다.

11일 경북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석모(48)씨는 자신이 낳은 아이와 딸 김씨가 낳은 아이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추정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가 이뤄지기 전까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김씨는 숨진 아이를 친딸로 알고 양육해왔다. 비슷한 시기에 임신과 출산을 한 데다 모녀가 모두 딸을 낳았다.

경찰은 김씨 등에 유전자(DNA) 검사를 한 후 김씨에게 숨진 3세 여아는 당신의 딸이 아니고 친정어머니 (석씨의) 딸이라고 확인해줬지만, 김씨는 이 사실을 믿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경찰은 석씨가 출산 사실을 감추기 위해 김씨의 딸로 속여 위장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숨진 여아, 김씨, 이혼한 전 남편 등의 유전자 검사에서 친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은 점을 확인했고, 국과수는 이 결과를 믿을 수 없어 2차·3차 정밀검사와 확인을 거치고서야 경찰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경찰은 김씨의 친정어머니인 석씨에게까지 유전자 검사를 확대한 결과 석씨가 3세 여아의 친모인 것으로 확인했다.

미스터리는 이게 끝이 아니다. 경찰 조사대로 석씨와 김씨가 비슷한 시기에 출산한 후 두 아이 중 한 아이가 사라졌는데, 가족들은 함께 찾는 데 힘을 모으지 않아서다.

경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10대 후반에 집을 나가 동거하면서 부모와 사실상 인연을 끊은 사이였다고 한다. 같은 빌라의 2층과 3층에 살았지만, 왕래가 없었고 김씨가 작년 8월 초 3세 여아를 놔두고 이사한 지 6개월 만에 건물주 요청에 따라 부모가 지난달 10일 찾아갔다가 숨진 여아를 발견했다.

따라서 향후 수사는 석씨가 자신이 낳은 아이를 딸에게 맡긴 뒤 딸이 낳은 아이는 어떻게 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에 방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석씨는 경찰의 잇따른 추궁에도 "숨진 아이는 딸이 낳은 아이"라며 유전자 검사 결과를 부인했다.

석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아이의 친모임을 묻는 질문에 "나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며 출산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도 "(애를) 낳은 적이 없다고요"라고 대답했다.

결국 석씨가 범행을 털어놓기 전에는 딸이 낳은 아이의 행방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석씨의 내연남을 찾아 유전자 검사에 들어갔다. 석씨는 딸이 낳은 아이를 빼돌려 방치한 미성년자 약취 혐의를 받는다.

한편 검찰은 지난 10일 김씨를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방임) 등 혐의로 기소했다. 조사대로 사망한 아이는 김씨의 딸이 아니지만, 당시 보호자 위치에서 방치해 굶어 숨지게 한 점에서 살인 혐의를 그대로 적용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