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임직원·공무원과 가족·친인척까지 전방위 조사
토지거래 늘거나 '벌집' 지어진 개발예정지 현미경 관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확산하는 가운데 지방에서도 광역 자치단체와 경찰을 중심으로 개발예정지 주변 수상한 토지거래를 들여다보는 전방위 조사가 이뤄진다.

공기업 임직원과 공무원은 물론 이들의 가족, 친인척 등의 투기성 매입을 색출하겠다는 것이다.

수상한 땅 거래 전국 동시다발 조사…지자체·경찰 총동원
충북도는 청주 넥스트폴리스 산업단지(189만1천574㎡)와 음성 맹동·인곡 산업단지(171만㎡), 오송 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1천20만㎡)와 관련해 공직자들의 투기가 있었는지 조사한다고 11일 밝혔다.

최근 이들 산단 예정지에는 속칭 '벌집'(투기 목적의 조립식 주택)이 들어서고, 관리되지 않은 채 묘목들만 즐비한 밭이 생겨나 투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청주시 청원구 정상·정하·정북·사천동 일원에 추진 중인 넥스트폴리스의 경우 한해 10여건에 불과하던 건축허가가 산단계획이 알려진 지난해 초부터 개발행위 허가제한된 8월 22일까지 200건으로 폭증했다.

투기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에 충북도는 이들 3개 산단의 입지발표 전 5년간을 조사범위로 정하고 이 기간에 관련 부서를 거쳐 간 직원과 가족까지 약 1천명에 대한 토지거래 내역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충북도 감사관실 관계자는 "조사 결과 부당 토지거래가 의심되면 경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도 강서구 대저동 연구개발특구 일대 투기 의혹에 대한 조사에 나선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연구개발특구 주변에 1만8천호 주택 공급계획을 발표기 전 토지거래량이 급증하는 이상 징후를 보인 곳이다.

지난 달에만 92건의 거래가 이뤄져 평소보다 3배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조사 대상은 부산시 관련 부서 공무원, 퇴직자, 부산도시공사 전 직원이다.

수상한 땅 거래 전국 동시다발 조사…지자체·경찰 총동원
광주시는 아직 투기 징후가 포착되지는 않았지만 시민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조사단을 꾸려 신규 공공주택 지구로 발표한 산정지구(168만3천㎡)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기로 했다.

세종시는 세종경찰청과 함께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일원의 투기 의혹에 대한 자체조사에 착수했다.

연서면 일원(330만㎡)은 2018년 8월 스마트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된 데 이어 같은 해 9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이 일대는 산단 지정 발표가 있기 수개월 전부터 수십 채의 조립식 주택들이 들어서고 농지에 묘목이 심어지는 등 투기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

경찰도 지난 10일 내사에 착수해 세종시로부터 2018년 3월부터 9월까지의 이 일대 소유주 변동 관계, 토지 거래 허가 신청 내역 등을 받아 들여다보고 있다.

인천경찰청은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를 구성해 2018년 12월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계양 테크노밸리 예정지와 인접지역의 토지거래 내역을 조사하고 있다.

분석대상은 2013년 이후 계양구 병방·동양·귤현·박촌·상야동의 토지 거래 900여건이며, 관련 매매자는 800여명에 이른다.

이 지역이 포함된 인천 계양구는 신도시 발표 직전인 2018년 11월 순수 토지거래량이 갑자기 2.5배나 증가한 곳으로 정보가 사전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은 또 3기 신도시 건설이 추진되는 경기 부천 대장지구와 인천 검암역세권 공공주택지구 일대의 토지거래 내역도 함께 들여다볼 예정이다.

수상한 땅 거래 전국 동시다발 조사…지자체·경찰 총동원
경기북부경찰청은 '3기 신도시 예정지' 중 하나인 고양 창릉지구 등에 대한 부동산 투기를 수사하기 위한 전담팀을 편성했다.

수사 진행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의정부세무서와 경기북부경찰 범죄수익추적팀 직원들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경찰은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한 범죄 정보(첩보) 수집을 강화하는 한편, 정부합동조사단의 고발 또는 수사 의뢰 사건이 접수되는 대로 즉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전방위 조사에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공직자 신분으로 노골적인 투기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면서도 혹시라도 일탈자가 나올까 하는 우려 속에 조사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지방공무원은 "사회의 모범이 되어야 할 공직자로서 일탈행위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하지만, 단 한 명의 일탈이 조직 전체를 향한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어서 마음이 매우 무겁다"고 말했다.

(권숙희 박주영 손상원 전창해 차근호 최은지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