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집행 진입하려다 곳곳서 몸싸움…용역들 철수
'40년 노포' 을지OB베어 두번째 강제퇴거 무산(종합)

서울 중구 을지로3가 노가리 골목의 '터줏대감'격인 호프집 을지OB베어에 대한 법원의 두 번째 부동산 강제집행이 약 3시간 만에 중단됐다.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10일 오전 10시께부터 서울중앙지법 집행관과 건물주 측이 고용한 용역 100여명은 을지OB베어에 대한 강제집행에 나섰으나,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청계천생존권사수비상대책위원회 등 단체와 인근 상인 40여명의 반발에 부딪혔다.

을지OB베어 강제 퇴거에 반대하는 '을지OB베어와 노가리 골목의 상생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등 시민사회 단체들은 이날 강제집행이 이뤄진다는 소식을 듣고 오전 7시 30분께부터 가게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가게 입구를 차량으로 막고 '대책없는 청계천 개발 서민상권 다 죽는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오전 10시 10분께부터 강제집행을 위한 용역인력 100여명이 가게를 둘러싸면서 대치 상황이 빚어졌다.

일부 용역이 진입을 시도하자 곳곳에서 고성이 터져나오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큰 충돌은 없었으나 인파가 몰려 일부가 넘어지기도 했다.

강제집행 인력이 입구로 가는 길목에 앉아 반발하는 시민들을 밀어내는 과정에서도 몸싸움이 있었다.

건물주 측은 저항이 거세고 대치 상황도 길어지자 강제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중단을 결정했다.

용역인력들은 오후 1시께 철수했다.

세입자 을지OB베어와 건물주 간 분쟁은 2018년부터 시작됐다.

임대계약 연장을 놓고 건물주가 제기한 명도소송에서 을지OB베어는 1심과 2심에서 패소했다.

지난해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면서 가게를 비워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날 창업주 강효근씨의 사위이자 사장인 최수영(66)씨는 현장에 나타난 건물주 대리인에게 "건물주 측에 우리 뜻을 전달하고 얘기할 수 있게 해달라. 그동안 얘기할 기회가 없었다"면서 협상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건물주 이모씨는 "갑자기 나가달라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해왔는데 듣지 않은 것은 을지OB베어 측"이라며 "장사를 계속하게 해 달라고 주장하면서 높은 권리금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을지OB베어 강제집행은 지난해 11월에도 시도됐으나 시민과 단골들의 저항에 부딪혀 무산됐다.

1980년 문을 연 을지OB베어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백년가게로 등록된 노포(老鋪)다.

OB맥주의 전신인 동양맥주가 모집한 프랜차이즈의 1호점으로 시작해 딸 강호신(61)씨 부부가 2대째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노가리 골목 전체를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40년 노포' 을지OB베어 두번째 강제퇴거 무산(종합)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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