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취임 50일 앞두고 첫 기자간담회

"하이브리드카 저공해차 제외 여부는
온실가스 배출량 따져 최종결정"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각종 환경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각종 환경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2050 탄소중립은 불가능하지 않지만 쉽게 갈 수 있는 길은 아니다"며 "기업들의 저탄소 전환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정부도 과감한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오는 12일 취임 50일을 맞는 한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탄소중립 이행방안, 가덕도신공항 환경파괴 논란 등 환경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방식을 연계해 참석자를 최소화했다.

한 장관은 "탄소중립은 어렵더라도 우리 후세, 또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가야만 하는 길"이라며 "주무부처로서 명료한 비전을 제시하고 부문별 이행방안을 촉진하는 '촉진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탄소중립은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을 상계해 0이 되는 상태다. 올해는 '탄소중립 원년'이다. 작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을 목표로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정부는 올해 구체적 이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간담회에서 나온 주요 질문과 답변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질문 : 환경부 취임 직전 여당 정책위원회 의장으로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대표발의했다. 가덕도 신공항뿐 아니라 제주2공항, 울릉공항 등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공항 건설사업을 정부가 지속 추진하는 게 탄소중립 기조랑 맞나.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하 한) : 공항을 만들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게 현재로서는 맞다. 비행기 연료가 그렇고 공항에서 사용하는 많은 기기들이 현재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다만 향후 비행기 연료가 향후 바이오연료, 수소로까지 전환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해 기후변화영향평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가덕도 신공항 추진과정에서도 적용되는 건가.

▷한 : 현재도 환경영향평가 제도에 온실가스 관련 평가 부분이 들어가 있다. 이를 좀 더 강화하는 것이다. 기후변화영향평가는 2022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단하는 건 곤란하지만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 사업도 기후변화영향평가 대상에 해당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환경영향평가는 에너지기본계획 등 주요 정책이나 개발사업 등을 추진하기 전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제도다. 정부가 도입을 준비 중인 기후변화영향평가는 이때 기후 변화 영향을 별도로 검토하는 것을 말한다.)


▶여당이 역점 추진 중인 사업인 만큼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졸속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 : 아직 환경영향평가를 시작도 안 했는데 졸속이라고 말씀하시면...(웃음)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원칙에 맞게 진행할 것이다.


▶일부 환경단체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탄소중립이행법(가칭)이 기업·기술 지원에 집중하는 경제성장담론 위주 법안이라고 지적한다.

▷한 : 탄소중립 이행에 있어 기업이나 기술지원은 필수적 요소다.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과의 간담회에서도 '저탄소 전환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저탄소 전환을 반드시 해야 하고, 할 것이다'는 의견 많았다. 정부 지원 없이 '알아서 하세요. (기업 사정은) 모르겠고 2050년에 (저탄소 전환) 안 되면 안 됩니다!' 하는 식으로 추진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필요하다면 정부 연구개발(R&D)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 등 탄소감축 정책으로 인한 기업부담이 크다.

▷한 : 탄소 배출권 거래제는 기업의 부담이라기보다는 기업이 국제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하는 정책적 지렛대다. 아시다시피 한국 경제는 대외경제 의존도가 크다. 수출로 먹고 살아왔다. 전 세계적으로 탈탄소 또는 탄소중립 대열에 참여하지 않으면 국제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럽연합(EU) 등이 탄소국경세를 얘기할 때 그나마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기 위한 제도를 빨리 실시한 나라라서 협상의 여지가 있다.

올해 1~2월 언론에서 특히 많이 언급된 단어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다. 기업이 먹고 살려면 ESG를 해야 한다는 건 정부보다 기업이 더 잘 알고 있다.

이와 관련해 좀 더 과감한 정책금융 지원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재정당국과 논의하고 있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 유상할당 비율 인상도 검토 중인가.

▷한 : 저희가 독자적 판단하기보다는 EU의 탄소국경세 등이 관세 장벽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같이 보고 판단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기준 변경이나 강화를 말씀드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


▶수송 부문은 탄소중립 핵심 분야다. 환경부는 2023년부터 하이브리드카를 저공해차 범주에서 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이브리드카 소유주 입장에서는 혼잡통행료 감면 등 혜택이 축소되는 것이니 반발이 크다.

▷한 : 하이브리드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등 전 주기적으로 봤을 때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차종이 어떤 것인지를 판단 하기 위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감안해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소형 모듈 원전(SMR)의 개발과 건설에 대한 입장이 궁금하다.

한 : '해외에서는 원전을 유지하면서 탄소중립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탄소중립을 얘기하면서 탈원전이 가능하겠느냐'고 할 때 언급되는 외국 원전은 우리와 같은 중수로형, 경수로형 원전이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이 말하는 건 SMR이다.

경수로형, 특히 중수로형처럼 고준위 핵폐기물이 많이 나오는 원전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금도 고준위 핵폐기물은 갈 데가 없어서 원전 부지 안에 있는 상태고 어떻게 할지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한국도 SMR 관련 기술개발이 진행 중이다. 지금 원전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과 SMR 개발하는 건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탄소중립을 위해서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과정에서 원전을 보완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 : 지금 있는 국내 원전의 수명이 다 돼서 단계적으로 닫아간다 해도 2050년에도 여전히 국내 발전량 약 15%를 원전이 담당한다.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와 국민 수용성도 검토해야 한다. 지금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주력하는 게 필요한 때다. '최대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했는데도 여기까지밖에 못한다' 판단이 서는 시점이 올 것이다. 그런데 아직은 그 정도까지 해보지도 못 했다.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과 관련해 지역주민 등이 감사원에 환경부와 국가물관리위원회 대상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한 : 현직 국회의원들도 (청구인에) 10분 정도 들어가 계시니 감사원이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겠다. 보통 공익감사 청구는 대부분 받아들여지는 추세인 것 같다. 그러면 저희는 4대강 관련 다섯번째 감사를 받게 되는 것. 만약 감사를 받게 되면 충실하게 임하겠다. 저희가 받는다, 안 받는다를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강과 낙동강 보 처리방안은 언제쯤 나오나.

▷한 : 낙동강과 한강은 금강, 영산강보다 취·양수장 갯수가 5배 정도 많다. 홍수나 가뭄처럼 극단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취·양수 문제가 없게끔 위치조절이 필요하다.

보를 여는 것은 자연성이 얼마나 회복될 수 있는가의 문제다. 한강과 낙동강 보는 제대로 열어보질 못했다. 보를 열기 위해서는 취·양수장 위치개선, 주변 농업용수 부족 불안 해소 등이 필요하다. 농민단체들과도 지속적으로 얘기해서 물을 쓰시는 데 문제가 생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연성 회복 여부를 살펴보려고 한다.

여러 번 말씀드리지만 4대강 사업은 시작하면서부터 10년 넘게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국가적으로 굉장히 가슴 아픈 상황이다. 지역주민들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도록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를 좀 믿어주시고 저희 의지도 잘 봐주시면 좋겠다.


▶환경부 장관으로서 '이것만은 반드시 하고 가겠다' 하는 목표가 있다면.

▷한 : 굉장히 많다.(웃음) 일단 폐기물 정책과 관련해 환경부가 순환경제의 기본을 확실히 수립해야 한다. 분리배출을 위해 국민들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주는 건 적절하지 않다. 포장재 등 생산업체들도 플라스틱을 원료 또는 연료로 다시 쓰기 쉽게 만들 필요가 있다.

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등을 보면서 국립공원에 대한 가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국립공원 산에다 자꾸 뭔가를 만들려고 하지 말고 저지대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뭘까 고민해서 문화체육관광부 황희 장관과 함께 기본계획을 수립하려고 한다. 국립공원 저지대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의 상생협력 방안, 국립공원 탐방 관광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용역해서 마련할 계획이다. 국립공원을 잘 보존하면서 지역주민들 불만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려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 안에 마련해야 하는 2050 탄소중립 이행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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