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와 자전거의 최고 운행속도를 시속 20㎞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보도 위에 방치된 전동킥보드를 견인 조치하고, 서울 도심지역 편도 3차선 이상 도로의 가장 오른쪽 차로를 ‘저속 지정차로’로 전환하는 내용도 검토하고 있다. 전동킥보드의 대중화로 관련 사고가 계속 늘어난 데 따른 대응 조치다.
불법 주정차 전동킥보드, 즉각 견인한다

전동킥보드 사고 57.1% 급증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행안전문화 확립 계획을 9일 발표했다. 시가 이번 계획을 수립한 이유는 지난해 말 전동킥보드 이용 관련 규제가 ‘만 16세 이상 원동기 면허 소지자’에서 ‘만 13세 이상 누구나’로 완화된 뒤로 관련 사고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경찰청에 따르면 규제가 완화된 작년 12월 10일부터 지난 1월 31일까지 발생한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가 77건으로 집계됐다. 규제 완화 전인 2019년 12월 10년부터 작년 1월 31일까지 발생한 사고 건수(44건)보다 57.1% 급증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동킥보드 이용 기준이 완화되고, 개인형 이동수단이 대중화되면서 관련 사고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보행자와 자전거, 개인형 이동장치가 도로 위에 공존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법령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우선 자전거와 전동킥보드 등의 최고 운행 속도를 시속 20㎞로 제한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경찰청 등에 건의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의 ‘장비 속도’ 규정은 시속 25㎞로 제한돼 있지만 ‘운행 속도’ 규정은 따로 없다. 개인형 이동장치를 타고 아무리 빠른 속도로 도로 위를 달려도 단속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차도나 전용도로로 운행하는 것이 원칙인 자전거와 전동킥보드 등이 불가피하게 보도로 운행할 경우에는 시속 10㎞로 더욱 엄격하게 제한할 방침이다.

전동킥보드 불법 주정차도 엄정 대응

시는 서울 사대문 안 녹색교통진흥지역에 ‘저속 지정차로제’를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저속 지정차로제란 편도 3차선 이상 도로의 하위 차로(가장 오른쪽 차로)를 저속 지정차로로 전환해 최고 운행 속도를 시속 20㎞로 제한하는 제도다.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는 보도 위 전동킥보드의 불법 주정차에도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불법 주정차된 이동수단을 견인 조치하려면 과태료 부과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승용차 등과 달리 이륜차와 자전거, 전동킥보드 등은 과태료 부과 기준이 모호해 견인 조치를 하기가 어려웠다.

시는 도로교통법 시행령을 개정해 과태료 부과 없이도 전동킥보드 등을 즉각 견인할 수 있게 되면 보행자 통행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번 추진 계획은 도로교통법과 관련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개정해야 적용할 수 있는 사안으로 실제 적용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저속 지정차로 제도의 경우 도심지역 교통체증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논란도 있다.

손형권 서울시 보행정책팀장은 “자동차 전용도로 등과 달리 도심지역 평균 운행속도는 지금도 시속 20㎞ 수준으로 저속 지정차로로 전환하더라도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경찰청과의 협의를 통해 이른 시일 내 관련 법령 개정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