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등에서 혐오표현 다반사…"차별금지법 제정 필요"
故변희수 하사에 쏟아진 혐오표현…트랜스젠더들 "우울"

"댓글은 안 읽으려고 해요.

어차피 욕밖에 없거든요.

"
트랜스젠더 A씨는 성 소수자 이슈가 보도될 때마다 상처를 받는다.

9년 전 남성으로 살기로 결심한 그는 성전환(성확정) 수술을 하고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비정상적'이라는 사회의 손가락질을 받을 때마다 우울감을 겪는다.

A씨는 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거 때마다 성 소수자 정체성을 놓고 후보들이 찬반을 논할 때 '나'라는 존재가 부정당하는 느낌도 든다"고 했다.

고(故)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을 계기로 성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트랜스젠더 대다수는 변 전 하사에게 쏟아진 혐오 표현으로 힘든 경험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가 최근 공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트랜스젠더 590명 중 80%가량은 지난 1년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포함한 인터넷·언론·드라마·예능 등에서 혐오표현을 접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변 전 하사 강제 전역 조치 사건을 알고 있던 트랜스젠더 응답자 573명 중 이 사건과 관련한 비난과 욕설 등 혐오표현을 접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94.8%에 달했다.

변 전 하사 사건에 대한 사회적 반응으로 힘들었다는 응답은 87.6%였다.

지난해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신입생의 입학 포기와 성 소수자가 방문하는 클럽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진 이태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집단감염 등과 관련해서도 97%가 혐오표현을 접한 적이 있었고, 이로 인해 80∼90%가 힘들었다고 답했다.

실태조사 용역을 진행한 숙대 산학협력단은 "혐오표현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선동한다"며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 등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하는 혐오 표현은 트랜스젠더의 생존·안위·건강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라고 진단했다.

혐오 표현을 규제하는 법령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방송법, 방송심의 규정, 정보통신심의 규정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 법령은 차별금지 사유로 트랜스젠더 정체성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지는 않는다.

형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할 수도 있으나 피해자가 특정돼야 하고 구체적 손해가 입증돼야 해 대책으로는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권위는 2019년 발표한 '혐오표현 리포트'에서 "현행법상 각종 조치는 문제가 되는 혐오표현 일부가 규제대상이 되는 것일 뿐, 혐오표현 문제에 체계적이고 포괄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혐오와 차별에 관한 기본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차별금지법은 17대 국회 때부터 발의됐으나 별다른 논의 없이 회기 만료로 폐기되거나 종교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됐다.

현 21대 국회에서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지난해 6월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했으며 인권위도 평등법 시안을 공개하고 국회에 입법 의견을 표명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법이 제정되면 추후 정책이나 제도들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의 인식도 바뀔 수가 있다"며 "법 제정 과정에서 설득과 토론이 일어나기 때문에 입법 과정 자체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故변희수 하사에 쏟아진 혐오표현…트랜스젠더들 "우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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