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수 명예직' 놓고 전국이 들썩…소송도 난무 왜?

합의 추대 관행 깨고 치열한 경선
商議 존재감 커져…기업인들 대거 출사표
72곳 중 63곳 한꺼번에 새 수장 찾기 돌입

회비 몇십만원당 1표 주는 선거방식
광주상의 올해 추가회비만 22억
충남북부, 금액당 19표까지 추진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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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인천, 광주, 충남 천안 등 전국 주요 산업 중심지가 상공회의소 회장 선거로 들썩이고 있다. 올해 상의 회장을 새로 뽑는 지역이 많은 데다 지역 대표 기업인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져 관행이던 합의 추대 대신 치열한 경선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소송전과 금권선거 비화 등 과열·혼탁 양상으로 치닫는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4일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 상의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전국 72개 상의 가운데 무려 63곳에서 새 경제수장을 뽑는다. 부산 울산 인천 광주 대전 등 광역시급은 물론 전북 전주, 전남 여수, 경남 진주, 충남북부(천안), 경기 평택 등 시·군 상의에서도 경선을 치렀거나 치를 예정이다. 이들 지역 가운데 직전 회장 선거에서 경선으로 회장을 뽑은 곳은 대전과 충남북부 두 곳뿐이었다. 지난해 지역 상의 회장 선거는 전국 다섯 곳에서 있었지만 모두 합의 추대 방식으로 선출했다.
○부산 130년 만에 대의원 선거
상의 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이다. 하지만 지역 상공인을 대표하는 영예를 얻을 수 있고, 상의 회장 자격으로 정치권, 관가, 금융권 등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다. 지역 상의 관계자는 “중앙정부 등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은 기업하는 사람 입장에서 돈을 주고도 사기 힘든 기회”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의 영향력이 축소되면서 상공회의소 위상이 더욱 높아진 게 지역경제인들의 출마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상의 회장 선거는 회원사가 뽑은 의원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간접선거로 치러진다. 의원은 회원사마다 보유한 표를 모아 최다 득표순으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 회비 50만원을 내는 A사(회비 50만원당 1표)가 의원에 당선되려면 보유한 1표 외에 다른 회원사의 표를 최대한 끌어모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부터 과열 경쟁이 빚어지고 있다.
회비 낸 만큼 투표권…지방상의 회장 선거 '이상과열'

부산상의는 오는 10일 24대 의원 120명을 뽑는다. 부산상의 130년 역사상 전체 의원을 투표로 뽑기는 처음이다. 당초 부산상의는 허용도 현 회장이 제안한 합의 추대안에 따라 송정석 삼강금속 회장을 추대 후보로 결정했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이 이에 불복해 임시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면서 경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울산상의는 지난달 세 명이 경선에 참여한 가운데 이윤철 금양산업개발 대표를 새 회장으로 선출했다. 이 대표는 2위 후보와 불과 4표 차이로 당선됐다. 합의 추대를 미덕으로 여기던 울산 상공계에서 후보 3명이 경선을 벌인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인천상의도 지난 2일 24대 의원 및 특별의원 선거를 39년 만에 치렀다. 인천상의 역시 그동안 회장을 추대 형식으로 뽑았지만 이미 두 명의 후보가 나섰다. 9일 새 회장을 선출할 예정인데 추가적으로 후보가 나올 수도 있다.
○곳곳서 부정선거 시비
갑자기 경선으로 새 회장을 뽑다보니 곳곳에서 금권·부정선거 시비가 터져나오고 있다. 광주상의는 올해 선거를 앞두고 추가회비만 22억원을 거뒀다. 정관에 회장 선거를 앞두고 회비를 추가로 내면 100만원당 1표의 선거권을 더 가져갈 수 있다는 규정을 이용해 경선 후보 지지자들이 대거 회비를 냈기 때문이다. 광주상의 회장 자리를 놓고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과 양진석 호원 회장이 맞서고 있다. 두 후보 측은 지난달 25일 추가회비 납부 마감 시한을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여수상의도 회장 선거를 앞두고 회비 납부자와 별도회비 기탁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등 금권선거 의혹이 일었다.

충남북부상의는 회장 선출을 앞두고 선거인 수를 조정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을 추진하다 중소 상공인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상의는 회비 납부 금액에 따라 1~6표를 주던 규정을 고쳐 1~19표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 회원사 대표는 “회비를 많이 내는 중견·대기업에 투표권을 더 많이 주려고 하는 것”이라며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선거를 앞두고 정관 개정을 밀어붙이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반발했다. 지난달 세 명의 후보가 경선을 벌인 전주상의는 선거 직전 회원사가 급격히 늘어나자 회원 가입 6개월 미만은 투표권을 박탈하도록 정관을 개정했다가 내홍에 휩싸였다. 일부 회원이 법원에 낸 의결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고, 송하진 전북지사가 정관 승인을 보류하면서 원점에서 선거를 치르는 진통을 겪었다.

부작용이 불거지자 상의 회장 선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상공계 한 관계자는 “복잡한 절차에 회원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선거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기업인들은 “지역 경제계가 선거 때마다 힘 겨루기를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과열 경쟁을 억제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안=강태우/광주=임동률/인천=강준완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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