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만에 재발방지대책 권고
"경주시·체육회 관리부실"…인권위, 故최숙현 사건 결론
지난해 6월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숨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故) 최숙현 씨가 숨지기 직전에 국가인권위원회에 낸 진정사건의 처리 결과가 8개월만에 '재발 방지 대책 권고'로 나왔다.

인권위는 3일 공개한 이번 사건 결정문에서 경주시와 경주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경주시와 경주시체육회가 피해를 발견할 수 있는 관리감독 역할을 부실하게 운영하고 방치한 것은 피해자의 폭력 피해가 지속 확대되는 데 일조했다"며 "헌법12조에서 보장하는 '신체 안전의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경주시와 경주시체육회장에는 구성원 보호와 관리가 작동되도록 규정과 인력을 보완할 것을, 문체부 장관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직장운동부가 성과나 경쟁 중심으로만 운영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가해자들의 가혹 행위와 관련한 검찰 수사, 대한철인3종협회·대한체육회의 부실 대응과 관련한 문체부 조사 등 다른 기관 조사가 이미 나온 영역에 대해선 별도 구제조치가 필요 없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중복 조사를 피하고 최씨의 피해가 은폐될 수밖에 없었던 구조와 관행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인권위 조사 결과 경주시는 소속 직장운동부를 '지역 체육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보다는 시정 홍보나 타 지자체와 경쟁해서 성과를 보여주는 수단으로 활용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주시체육회는 예산과 선수 계약에만 신경을 썼을 뿐 선수 처우 실태 등은 감독하지 않았으며 직장운동부가 감독의 의사 결정에 좌지우지하는 구조로 운영되는 것을 사실상 방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경주시와 경주시체육회가 트라이애슬론팀에 도민체전 성적만을 위한 단기계약 선수들을 두며 직장운동부를 '소비성 인력'으로 취급했다고 봤다.

경주시체육회는 '팀 닥터' 운동처방사가 7년 넘게 선수들을 불법으로 치료하며 일부 주요 대회에 팀 구성원으로 참가한 사실도 파악하지 못했다고 인권위는 지적했다.

인권위는 경주시가 여자 트라이애슬론팀을 사실상 해체한 것, 피해 사실을 진술한 선수들이 다른 지자체에서 계약이 해지된 것 등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면서 "이번 사건과 연계된 추가적인 피해가 계속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주시·체육회 관리부실"…인권위, 故최숙현 사건 결론
경주시청 소속으로 활동한 최씨는 소속팀 지도자와 선배 선수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다가 작년 6월 26일 숨졌다.

최씨 가족의 법률대리인은 최씨가 사망하기 하루 전 가혹행위 관련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인권위는 그보다 앞서 2019년 12월에 체육계 폭력 실태 직권조사 결과를 의결해 놓고 관련 후속 조치 발표를 미루다가 사건이 터지자 뒤늦게 입장을 발표해 비판을 받았다.

당시 인권위는 "최숙현 선수의 비극적인 피해와 적극적으로 살피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