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체포 20대 계부·엄마, 애매모호한 진술…학교 가정방문도 거절
작년부터 학교 안보낸 8살 여아 학대의심 사망…부모 영장 방침(종합)
'정인이 사건' 등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커진 가운데 인천에서 8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20대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몸 곳곳에 멍이 든 채 숨진 피해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등교 수업이 중단됐다가 재개된 지난해 5월 이후 한 번도 학교에 가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3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체포한 A(27)씨와 그의 아내 B(28)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A씨 부부는 전날 인천시 중구 운남동 한 빌라에서 딸 C(8)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전날 오후 8시 57분께 자택에서 "딸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A씨가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었다"며 "아이 턱과 손가락 끝에 (근육이 딱딱하게 굳는) 사후 강직이 나타난 상태였다"고 말했다.

B씨는 C양의 이마에서 멍 자국을 발견하고 이유를 묻는 구급대원에게 "새벽 2시쯤 아이가 화장실 변기에 이마 쪽을 부딪쳤고 가서 보니 턱을 다친 것을 확인했다"며 "언제부터 숨을 쉬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의 공동 대응 요청을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도 C양의 얼굴과 팔 등 몸 여러 곳에서 멍 자국을 확인한 뒤 A씨 부부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C양의 계부로 조사됐으며 B씨는 전 남편과 이혼한 뒤 A씨와 재혼한 것으로 파악됐다.

C양은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상태였으나 개학 첫날인 사건 발생 당일은 물론 지난해 5월부터 한 번도 등교를 하지 못했다.

그의 오빠(9)도 마찬가지였으며 그의 몸에서는 학대 피해 의심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학교 측은 코로나19 여파로 등교와 원격 수업을 병행한 지난해 남매가 계속 결석하자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가정 방문을 하려 했지만 A씨 부부는 "집이 자주 비어 있다"라거나 "영종도에 집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방문을 모두 거절한 것으로 파악됐다.

작년부터 학교 안보낸 8살 여아 학대의심 사망…부모 영장 방침(종합)
학교 관계자는 "학교에 (C양을 데리고) 나오라고 하니 할아버지댁에 갔다거나 교통사고가 나 입원을 했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사진까지 보내주며 (부모가) 거절했다"며 "아빠가 학교에서 나눠주는 꾸러미를 받기 위해 수시로 방문했으나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A씨 부부의 자택은 12가구가 사는 작은 빌라임에도 이웃 대부분은 C양을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A씨 부부 집 아래층에 사는 주민은 "이곳에 산 지 7∼8개월쯤 됐는데 아이를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어젯밤에 구급차 소리는 들었지만, 아이가 사망한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

경찰과 인천시 중구 등에 따르면 A씨 부부와 관련해 아동 학대 신고가 들어온 적은 없었다.

A씨 부부는 경찰에 체포된 뒤 학대치사 혐의를 완전히 부인하지도 인정하지도 않는 애매모호한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 부부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와 동기 등을 확인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할지도 검토하고 있다.

또 C양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피의자들을 조사하고 있다"며 "오늘은 (시간상) 어렵고 내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지난해 8월 인천에서 온몸에 멍이 든 6살 여자아이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수사 착수 6개월 만인 최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그의 외삼촌과 외숙모를 구속했다고 이날 밝혔다.

인천시는 최근 지역에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잇따라 확인되자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복지 분야 현안 회의에서 아동 학대 사건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관계부서에 지시했다.

인천에서는 최근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들이 자폐증 진단을 받거나 장애 소견이 있는 5명을 포함한 1∼6세 원생 10명을 학대한 사건도 발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