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출금' 핵심인물…관할권 논란 소지 이규원 검사 영장은 청구 안 해
차 본부장, 검찰수사심의위 소집신청…"수사 타당한지 판단받고 싶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2일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해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김학의 사건' 차규근 출입국본부장 전격 구속영장(종합)
윤석열 검찰총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추진 강행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낸 당일 검찰이 현 정권 비위 관련 수사중 하나인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구속영장을 신청해 주목된다.

수원지검 이정섭 형사3부장 수사팀은 이날 오후 6시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차 본부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차 본부장은 김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금 조치' 의혹의 핵심 인물로,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10여 개에 이른다.

공익신고서에 따르면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공무원들은 2019년 3월 19일 오전부터 같은 달 22일 오후까지 177차례에 걸쳐 김 전 차관의 이름, 생년월일, 출입국 규제 정보 등이 포함된 개인정보를 조회하고, 이를 상부에 보고했다.

차 본부장은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가 이 같은 경위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김 전 차관에 대해 불법적으로 긴급 출금 조처한 사정을 알면서도 하루 뒤인 23일 오전 출금 요청을 승인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월 차 본부장 사무실을 포함해 법무부와 인천공항 등에 대한 전방위적 압수수색을 벌여 사건 관련 자료와 차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해왔다.

이어 지난달 총 3차례에 걸쳐 차 본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김 전 차관 출금 과정 전반을 살펴보며 혐의 입증에 주력해왔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윤 총장의 '작심 발언'이 나온 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윤 총장은 이날 한 언론 인터뷰 기사를 통해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며 여권의 중수청 입법 강행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청와대는 윤 총장 발언과 관련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차 본부장은 구속영장 청구 2시간여 뒤 수사·기소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검찰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로 2018년 도입됐다.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각계 전문가 150명 중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된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차 본부장 측은 이날 검찰수사심의위 운영지침에 따라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의 검찰시민위원회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법무법인 로원 박동훈 변호사는 "이 사건 수사가 타당한지, 기소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선에서 판단을 받아보고자 한다"고 신청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차 본부장 측이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접한 뒤 '최후 카드'로 검찰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을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수사심의위가 실제로 열릴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이번 구속영장 청구 대상에서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이 검사는 제외됐다.

이 검사는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분받은 사건번호로 '긴급 출금 요청서'를 법무부에 제출하고, 출국을 막은 뒤엔 사후 승인을 받고자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내사 번호로 '긴급 출금 승인 요청서'를 작성한 의혹을 받는다.

이 검사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 신분인 이 검사는 추후 관할권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이날 차 본부장에 대해서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차 본부장 측이 낸 검찰수사심의위 소집신청서는 구속영장 청구 이후 접수됐으며, 심의위 개최여부는 관련 규정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