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중수청 설치 추진 강력 비판

"민주주의 퇴보이자 헌법정신 파괴
수사와 공소유지 완전 분리 땐
권력자들에게 치외법권 주는 셈"

3일 대구고·지검서 입장발표 주목
일각 "尹총장, 사퇴 초강수 둘 수도"
靑 "검찰은 국회 존중해야"
윤석열 "檢 수사권 박탈, 막을 수 있다면 직을 100번이라도 걸겠다"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이 여권에서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통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시도에 대해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정신의 파괴”라며 정면 비판했다. ‘징계 사태’ 등 각종 공세에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윤 총장이 본격적으로 태세를 전환해 여권과의 전면전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 총장은 3일 대구고·지검을 방문하는 자리에서도 중수청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힘 있는 자들에게 치외법권 제공”
윤 총장은 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권을 향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지금 추진되는 입법은 검찰 해체”라며 “단순히 검찰 조직이 아니라 70여 년 형사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라고 했다. 이어 “갖은 압력에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칼을 빼앗고 쫓아내려 한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등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한 데 대한 보복을 당하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여당 의원들이 추진 중인 수사청 설치 법안은 검찰이 수사는 하지 않고 공소 제기와 유지 및 영장 청구 등을 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 검찰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에 대한 수사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권한을 수사청에 넘긴다는 계획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으로 올해부터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6대 범죄로 줄었지만, 여당은 이번 기회에 수사와 공소유지를 완전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이에 대해 “힘 있는 세력들에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재 일반 고소·고발 사건과 달리 권력형 비리 등 중대 범죄의 경우 수사 검사가 공소유지까지 담당한다. 하지만 중수청 설치로 검찰의 수사권이 사라지면 수사는 수사관이, 공소유지는 검사가 맡게 된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하는 사람 따로, 공소유지하는 사람 따로 되면 사건 파악도 어렵고 법정에서 변호인 주장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동안 윤 총장은 국회 국정감사 등을 제외하고선 언론 노출을 극도로 자제해 왔다. 그랬던 윤 총장이 이례적으로 공개 행보를 한 것은 그만큼 중수청 설치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권 수사팀 와해’와 ‘윤석열 징계’ 등이 개인적 차원의 불이익 측면이 있었다면, 수사권 폐지는 검찰 조직 전체에 대한 명운이 달려 있다는 평가다.
尹, 대국민 여론전 이어갈 듯
윤 총장이 총대를 메자 검찰 차원의 조직적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대검은 3일까지 수사청 설치와 관련한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취합 중이다. 대검 관계자는 “취합이 완료되면 적절한 방법으로 추가 입장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다수 의석을 보유한 여당이 수사청 설치에 의지를 보이는 만큼 검찰은 국민 여론에 직접 호소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조직 이기주의라는 정치권의 프레임을 떨쳐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윤 총장이 사퇴라는 초강수 배수진을 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 총장은 인터뷰에서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총장은 초임 검사 때부터 어떤 사안에서도 직에 연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사퇴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은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전략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현직 검사는 “총장이 임기를 지키면서 계속 싸워주는 것을 다수 검사가 원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총장의 비판에 대해 직접적 대응을 자제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며 윤 총장과 만날 의사가 있다고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회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 의견을 종합해 입법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인혁/강영연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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