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등 쟁점 법안에 묻혀 누구도 크게 주목하지 않는 사이 노동법 개정안이 무더기로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과태료를 신설하고, 하청업체 산재 사고 발생 시 원청업체의 산재보험료율을 올리는 등 대부분 노동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들이다.

지난달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등 7개 노동 법안은 3월 임시국회에서 별다른 논란 없이 바로 처리될 전망이다. 4월 7일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야 각 정당이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뛰어드는 시기인 만큼 형식적인 법안 심의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안별로 달라지는 내용을 살펴본다.
정치 쟁점에 묻혀…노동규제 법안 줄줄이 환노위 통과
먼저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이 개정되면, 하청업체나 파견 근로자에게 발생한 산업재해가 원청업체의 산재보험료율에 반영된다. 기업들이 유해·위험 업무는 도급·파견을 활용해 ‘위험의 외주화’를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 개정 이유다. 경북대 실험실 폭발사고를 계기로 발의된 대학원생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 관련 조항도 보험료징수법과 산재보험법 개정안에 포함됐다.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가 사용자(친인척 포함)인 경우 근로자 입장에서는 적정한 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이유로 과태료 규정을 근로기준법에 신설한다.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는 이 밖에도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의 조사,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등의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조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는 경우에도 500만원의 과태료를 신설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콜센터 상담원 등 고객 응대 근로자에 한정하여 사업주 조치기준을 규정하고 있던 것을 일반 근로자에게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반 근로자도 다른 사람의 폭언 등으로 인해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사업주에게 업무 일시 중단 등 조치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의 출입국이 어려워져 산업현장의 인력수급이 어려워진 점을 고려해 외국인 근로자 고용법도 개정된다.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 활동 기간이 기존 3년에 더해 1년이 추가 연장된다. 취업 활동 기간이 만료된 외국인 근로자가 재입국할 때 적용되는 취업 제한 기간도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된다.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체불된 임금, 퇴직금의 일부를 지급하는 ‘체당금’ 지급 대상도 확대한다. 지금은 퇴직한 근로자만 지급받는 데 반해 앞으로는 재직 근로자까지 포함된다.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은 이 밖에도 부정수급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추징금은 지금은 최대 체당금 지급액의 1배지만 최대 5배까지 늘어난다.

퇴직급여보장법은 당초 ‘디폴트옵션’ 도입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였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빠졌다. 퇴직연금이 지나치게 원리금 보장 상품에 몰리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투자형 상품 가입 옵션을 제도화하자는 사전지정운영제도(디폴트옵션)는 수익률과 함께 손실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추후에 논의키로 했다. 퇴직연금제도 가입자 교육 위탁기관의 범위 확대 등이 이번에 개정되는 주요 내용이다.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이들 7개 법률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여야 합의로 환노위를 통과한 만큼 앞으로 형식적인 절차만 남겨둔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