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규원·이기용·홍승목·이해승 등 친일 행위자 4명의 후손이 소유한 27억원(공시지가 기준) 상당의 토지를 국고로 환수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법무부는 해당 토지의 국가 귀속을 위해 소유권 이전 등기와 부당이익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1일 밝혔다. 해당 토지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토지 등 11필지로, 전체 면적은 8만5094㎡다. 토지 가액은 공시지가 기준 26억7522만원이다.

이규원·이기용·홍승목·이해승은 모두 2007년 친일반민족 행위자로 지정됐다. 이규원은 일본 정부로부터 자작 작위와 한국병합기념장을 받았고, ‘조선임전보국단’ 발기인 겸 이사와 ‘징병령 실시 감사회 10전 헌금 운동’ 발기인 등을 지냈다.

이기용은 조선 왕가의 종친으로 1910년 10월 한일병합조약 체결 후 22세 때 일본 정부로부터 자작 작위를 받았다. 해방 직전인 1945년에는 박상준 윤치호 박중양 등과 함께 일본제국 의회의 상원인 귀족원 의원으로 활동했다. 홍승목은 조선 말기 관료로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 중추원 찬의를 지내다 1912년 일본 정부로부터 한국병합기념장을 받았다. 이해승은 일본 정부로부터 후작 작위와 한국병합기념장을 받았다.

서울 서대문구는 2019년 10월 공원 조성 사업 도중 친일 재산으로 의심되는 토지를 발견한 뒤 법무부에 국가 귀속 대상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광복회도 2020년 8월 법무부에 해당 토지 등 친일재산 환수를 요청한 바 있다.

‘친일반민족 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친일 행위자가 국권 침탈이 시작된 1904년 2월 러일전쟁 발발 때부터 광복 전까지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한 재산은 국가에 귀속된다.

법무부는 검토 결과 전체 의뢰 토지 66필지 가운데 친일행위의 대가성이 명백하고 관련 증거가 남아 있는 11필지에 대해 국가 귀속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나머지 55필지도 추가 증거를 확보한 뒤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지금까지 19건의 소송을 제기해 17건을 승소했고 260억원 규모의 토지를 환수했다”며 “마지막 1필지까지 환수해 3·1운동의 헌법 이념과 역사적 정의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