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노동정책, 약간의 진전에도 아쉬움 감출 수 없어"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 계열사에 조직된 한국노총 산하 노조들이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한 '명확한 원칙' 아래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삼성그룹에서 조직화에 성공하려면 '온건한 노조'의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한다"며 "(필요할 경우) 쟁의행위도 당연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김동명 "삼성 노조는 온건해야 한다? 쟁의행위도 할 수 있어"
-- 한국노총의 올해 사업계획에 플랫폼 노동자 공제회 설립 방안이 포함됐다.

플랫폼 노동자에게 공제회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 플랫폼 노동은 비정형 노동의 대표적 유형으로, 디지털 기술 발전과 온라인 경제 활성화에 따라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는 애매한 고용상 지위로 인해 노동법과 사회보험 등 사회적 보호 체계에서 배제돼 있다.

최소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가입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사회보험 제도를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

현 정부에서 이를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전속성 기준의 폐지나 징수체계 개편 등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들로 인해 실제 적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그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고자 노력하겠지만, 당장 당사자들에게 실익이 될 방안도 필요할 것이고 공제회가 이를 위한 주요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회보험 적용 후에도 사회보험의 보완 장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플랫폼 노동자를 노조로 조직하고 단체교섭으로 플랫폼 기업이 사용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게 우선 아닌가.

상호 부조 방식의 공제회가 해법이 될 수 있는가.

▲ 정규직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의 보호를 받는 것처럼 플랫폼 노동자들도 조직화를 통해 집단적 힘으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며 한국노총도 이를 추구한다.

실제로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로서 플랫폼 노동자에게 업무 지시와 감독을 하며 이들의 노동력을 활용해 이윤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노동자의 권리를 부여하는 게 맞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들은 작업 방식과 계약이 다양하고 개별적,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함에 따라 조직화가 용이하지 않은 현실적 조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선 플랫폼 공제회를 만들어 당장 그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노조의 전(前) 단계로 플랫폼 공제회를 만드는 게 아니다.

플랫폼 공제회를 통해 플랫폼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함께 모이는 중에 자연스럽게 조직화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 플랫폼 노동자 공제회를 언제, 어떻게 설립해나갈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 연내에 공제회가 설립될 수 있도록 추진해나가고자 한다.

지난해 한국노총 내부적으로 공제회 모델에 대해 검토한 결과, 건설근로자공제회와 같이 기업이나 정부가 기금을 출연하는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플랫폼 노동자 보호 대책에 포함한 플랫폼 기업 주도의 공제조합은 노동자 당사자들의 요구와는 괴리된 단순 서비스 기능만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원 마련이 중요한데 한국노총은 산하 조직들의 연대기금 조성과 노사 공동기금의 지원에 바탕을 두고자 한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나면 정부의 지원 등도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올해 상반기 내로 조직 내부의 공감대와 동의, 관련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현실적 설립 경로를 구체화하고 설립 추진단을 구성하려고 한다.

이어 플랫폼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공제회 기능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공제상품과 운영·수익 구조를 설계해 하반기에 공식적으로 추진단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공제회는 배달기사, 대리운전기사, 가사 노동자를 중심으로 내년 말까지 약 1만명 규모는 돼야 조직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동명 "삼성 노조는 온건해야 한다? 쟁의행위도 할 수 있어"
-- 한국노총은 정부 공식 집계상 제1 노총의 지위를 민주노총에 내줬지만, 최근 광역연맹이 한국노총에 가입하는 등 조직 확장세가 눈에 띈다.

한국노총이 제1 노총 지위를 회복할 수 있는가.

이를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 단순히 조합원 숫자를 늘리는 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노총이 우리 사회에서 가치 있는 행동을 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 자기들만의 기득권에 갇히지 않고 사회를 향해 문을 열어 열악하고 힘든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이를 통해 가치의 경쟁, 영향력의 경쟁에서 앞서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 한국노총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에 산하 노조를 두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의 문제는 무엇이며 한국노총은 어떻게 대응해나갈 것인가.

▲ 삼성그룹 내부에서 노조 결성이 과거보다 활발해지기는 했지만, 특별히 진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사측이 교섭을 지지부진하게 끌었고 올해 들어 (한국노총 산하 노조를 포함한) 4개 노조가 공동 교섭단을 꾸려 겨우 단체교섭을 하고 있다.

일부 계열사에서는 노사협의회를 방패로 이용하며 노조를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삼성이 표면적으로 변화하는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고 본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앞두고 삼성 계열사 중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됐지만, 핵심 쟁점은 빠진 단협이었다.

한국노총은 삼성그룹 계열사 노조들을 노총 산하 금속노련에 가입시켜 공동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이 응할지는 희망적이지 않지만, 계속 노력할 것이다.

삼성그룹에서 조직화에 성공하려면 '온건한 노조'의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한다.

노조의 명확한 원칙을 갖고 치열하게 조직화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쟁의행위도 당연히 할 수 있다.

--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 정도밖에 안 남았다.

이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사회, 소득주도성장, 공공부문 정규직화 등 여러 노동 정책을 내놨는데 지금 시점에서 평가하면 부문별로 약간의 진전도 있지만,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 노조법 개정도 일정 부분 평가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비판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현 정부 임기가 끝나고 나서 내려질 역사적 평가와 노동자들의 평가를 뼈아프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노동존중사회 등의 공약은 앞으로 남은 1년이라도 외부 압박의 핑계를 대지 말고 진정성 있게 성찰해 마무리를 잘해야 할 것이다.

-- 한국노총은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경사노위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왔다.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 경사노위와 같은 사회적 대화 기구는 필요하고 사회적 대화도 늘 중요하다.

사회가 위기일수록 사회적 대화도 절박해진다.

첨예한 갈등을 대화로 푸는 게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는 길이다.

물론 투쟁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다.

경사노위의 한계는 (노사정) 각 주체가 말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해놓고 궁극적으로는 자기 이해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 있는 게 아닌가 한다.

물론 노동계도 이 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또 경사노위가 사회적 합의를 내놔도 국회 입법은 반대로 가는 현상이 계속됐다.

사회적 합의를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김동명 "삼성 노조는 온건해야 한다? 쟁의행위도 할 수 있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