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의 컨트롤타워인 국가수사본부가 출범 직후부터 ‘독립성 논란’에 휘말렸다. ‘독립적인 수사’를 강조해온 국수본의 초대 본부장이 현 정부 청와대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데다 정권 실세들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정부와 여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찰의 힘이 너무 비대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해 12월 경찰청법을 개정하고 올 1월 국수본을 출범시켰다. 이에 따라 경찰청장이 치안 업무를, 국수본부장이 수사 업무를 각각 지휘하게 됐다.

경찰청이 국수본부장을 공개 모집한 결과 전직 고위 경찰관·변호사 등 5명이 지원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공개모집 후보자 명단에 없던 남구준 본부장을 추천했다. 이 과정에서 치안감(경남경찰청장)이던 남 본부장은 치안정감으로 승진했다.

국수본부장 선발은 서류 심사→신체 검사→종합 심사→경찰청장 추천→대통령 임명 순으로 진행됐다. 남 본부장은 2018년 8월부터 1년간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근무했다.

경찰청은 남 본부장이 내정된 지난 22일 언론에 배포한 프로필에서 청와대 근무 경력을 빼 논란을 확산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독립성 우려에 대한 비판이 나올까 봐 일부러 청와대 근무 경력을 밝히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수본부장 후보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남 본부장의 고등학교(마산 중앙고) 선배다. 남 본부장은 또 김창룡 경찰청장의 경찰대 1년 후배로, 국수본부장 취임 전까지 김 청장의 지휘를 받던 경남경찰청장이었다.

경찰법 개정에 따라 경찰청장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수사에 관해 지휘·지시하지 못한다. 하지만 최근까지 자신의 상관이었던 김 청장이 수사에 간섭할 경우 남 본부장이 뿌리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시각도 나온다.

남 본부장은 지난 26일 취임식에서 “국민께서 경찰의 수사 역량과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이제 국수본 출범과 함께 온전한 수사 주체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역량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