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소비량 급감하자 수확량 급감…'공급쇼크' 영향
코로나로 수요 줄었는데…졸업·입학식 꽃값 왜 올랐나
"장미 몇 송이 올라간 작은 꽃다발 1개가 4만원이나 하더라고요.

그래도 꽃이 있어야 느낌이 날 것 같아서 샀는데 돈이 너무 아까웠어요.

"
대학원생 임모(27)씨는 최근 대학을 졸업한 친구에게 선물할 꽃다발을 한참 고민한 뒤에야 집어들 수 있었다.

임씨는 "2년 전 졸업식 때는 2만원 정도면 풍성한 꽃다발을 살 수 있었는데 꽃 가격이 너무 뛴 것 같다"고 했다.

졸업하는 친구에게 꽃다발을 주려던 대학생 김하린(26)씨는 결국 향수로 선물을 바꿨다.

김씨는 "평소에 꽃을 좋아해서 자주 선물하는 편인데, 4만5천원이나 하는 비싼 가격에도 생각보다 꽃다발이 크지 않아 다른 선물을 샀다"고 말했다.

졸업과 입학 등으로 꽃다발을 주고받을 시기에 의외의 꽃 가격 폭등으로 손님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 거래금액·물량 상위 20개 절화류(꺾은 꽃) 품종 중 19개의 평균 단가가 지난 한 달 새 급등했다.

꽃다발에 주로 쓰이는 장미는 1∼2월 평균 단가가 6천837원에서 9천54원으로, 유칼립투스는 3천956원에서 6천424원으로 올랐다.

작년 같은 기간 20개 중 16개 품종의 가격이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당시 장미는 7천347원에서 6천466원으로, 화환용으로 많이 쓰이는 거베라는 4천833원에서 3천315원으로 떨어졌다.

꽃 가격 상승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공급 감소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겨울 코로나19로 행사와 모임이 줄어 꽃 소비량이 급감하자, 일부 화훼농가는 팔지 못한 꽃을 불태우거나 트랙터로 밭을 갈아엎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수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경매실장은 "특히 작년 12월 거리두기가 2.5단계로 상향되며 연말 성수기인데도 꽃 수요가 줄었다"며 "생산자들이 비용을 절감하려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를 어쩔 수 없이 낮추는 등 꽃 수확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외솔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예식장, 장례식장 등 주된 판매처에 장기간 꽃을 팔지 못했다"며 "그렇다 보니 공급 시장에서 이탈한 이들이 많아 공급 측면의 구조적 충격이 강하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로 수요 줄었는데…졸업·입학식 꽃값 왜 올랐나
공급이 줄어든 반면 수요는 작년 비슷한 시기에 비해 회복된 점도 가격을 높이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2월에는 대다수 졸업식이 취소됐지만, 올해는 대학들이 '졸업 주간'을 운영하면서 캠퍼스에 모여 꽃을 들고 아쉬움을 달래려는 이들이 늘었다.

맹지혜 연세대 홍보팀장은 "작년 초에는 코로나가 갑자기 터지며 만나기만 해도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해 사람이 많지 않았다"며 "올해는 이달 22일 학위수여식 당일을 포함해 일주일간 꾸준히 캠퍼스에 방문객이 몰리는 편"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