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보수단체가 3·1절 광화문광장 등 서울 도심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도심 내 집회금지 안내문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부 보수단체가 3·1절 광화문광장 등 서울 도심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도심 내 집회금지 안내문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수단체의 3·1절 도심집회가 대부분 열리지 못하게 된 가운데 일부 집회는 조건부로 허가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장낙원 부장판사)는 26일 자유대한호국단과 4·15 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가 서울시·보거복지부의 집합금지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같은 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도 자유와인권연구소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고, 기독자유통일당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재판부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이들 단체의 집회 금지 처분은 효력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앞서 자유대한호국단과 기독자유통일당은 각각 경복궁역 인근, 청와대 사랑재 근처 등에서 다가오는 3월1일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서울시 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집회금지 처분을 내렸고, 이들 단체들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집회금지의 근거가 됐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5인 이상의 사적 모임을 전면 금지해 헌법상 권리인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5인 이상의 사적 모임 금지가 신청인의 집회·결사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이 금지 조치의 예외로 설명회, 공청회, 학술대회, 강연 등이 있어 공고에 따르면서도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공고의 효력을 정지하면 코로나19 예방과 확산 방지라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종환 부장판사)는 자유대한호국단이 집회금지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3월 1∼5일 광화문 앞 인도에서 최대 20명이 집회하도록 허용한 것이다.

행정5부(정상규 부장판사)도 황모씨가 집회금지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고, 황씨 측은 3월 7일까지 일민미술관 앞에서 최대 30명이 참석하는 집회를 열 수 있게 됐다.

자유대한호국단의 집행정지 신청을 심리한 재판부는 "서울 도심 일정 장소에서 여는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씨가 낸 집행정지 사건의 재판부도 "참가자들이 감염병 확산 방지와 질서 유지를 위한 조치를 준수하며 집회를 연다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며 30명 미만 참가 조건으로 집회를 허용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