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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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을 숨기고 결혼했다면 '사기결혼'일까. 20대 후반 여성 A 씨는 예비신랑에게 파혼을 당할 위기다.

하반기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A 씨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동생의 등록금부터 집안의 대소사까지 홀로 짊어지고 살아왔다. 또래 지인들 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고 있지만 80%는 생활비로 쓰였다.

A 씨는 "금전적으로 힘들면 제가 빚을 내서라도 해결해 왔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은행 대출을 4000만 원 정도 받게 됐다"고 고백했다.

남자친구 B 씨와의 갈등은 본격 결혼 준비에 돌입하면서 불거졌다.

A 씨는 "예비신랑은 누나들이 집안일을 알아서 하다 보니 아들은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아왔다"면서 "한편으로 참 부러웠다"고 덧붙였다.

자기중심적 사고가 강한 B 씨는 A 씨가 친정 부모님을 병원에 모시고 다녀오면 "부모님 병원비를 왜 네가 내?"라고 하고 마트에서 생활용품을 사면 "이걸 왜 네가 사?"라고 말하며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혼 이야기가 오가고 A 씨는 결혼 자금으로 2000만 원을 내놓았다. B 씨는 "연봉도 적지 않은데 그동안 안 모으고 뭐 했느냐"며 신용 정보 조회를 하겠다며 앱으로 확인시켜달라고 했다.

B 씨는 A 씨의 빚 4000만 원을 확인하더니 "사기 결혼 아니냐"며 분노했다. 그는 A 씨에게 왜 빚이 생겼으며,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는지 이유에 대해서 묻지도 않고 다짜고짜 화부터 냈다고.

A 씨는 "빚 숨기고 결혼하려고 한 파렴치한 사람으로 이야기를 하더라. 물론 충격이었겠지만, 내가 그걸 갚아달라고 했나? 다짜고짜 사기결혼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B 씨는 "'결혼은 현실'이다"라며 "결혼 후 친정에 지원하는 거 딱 끊지 않는 이상 너와 결혼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A 씨는 "평생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실망스러웠다. 예비신랑은 결혼을 하면 내가 자기 월급을 친정에 다 쏟아붓는 거 아닌가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쉽게 헤어짐을 선택할 수 없었다. A 씨는 "10년 세월을 무 자르듯 할 수 없더라. 그동안 참 좋은 남자라고 생각해 왔는데"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자꾸 대화하려고 하는데 빚 이야기가 나오면 말을 돌린다. 이런 남자와 결혼해도 될까?"라며 조언을 구했다.

A 씨의 사연을 본 네티즌들은 도리어 예비신랑의 입장을 이해했다. "구구절절 자기변명이다. 경제 상황은 미리 설명했어야 하는 것", "결혼하면 안 되는 사람인 것 같다. 남의 집 귀한 아들 등골 빼먹을 생각하는 듯", "돈 관리 개념 철저한 남자 쪽이 아깝다", "너무 자신의 '장녀' 생활에 취해있는 것 같다. 사기까진 아니더라도 속인 거 맞지 않느냐. 단박에 파혼이다. 10년 만난 남자도 질색할 만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법조 전문가는 결혼 전 대출금액을 숨긴 사실을 어떻게 볼까.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에게 사례에 대한 도움말을 들어봤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헤어지세요!


두 사람은 누구 잘못을 떠나 맞지 않는 커플입니다.

만약 두 사람이 결혼한다면 이 문제로 계속 싸우고 결국 이혼하게 됩니다.

필자는 이런 문제로 부부갈등을 호소하고 이혼하겠다는 사람을 상당히 많이 목격했습니다.

흔히 우리는 ‘속아서 결혼했다'는 의미로 '사기결혼'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엄밀히 법적으로 ‘사기결혼’라는 것은 없습니다.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산을 편취해야만 인정되는 것입니다. 배우자를 기망하여 상처를 주는 것은 도의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지만 법적으로 처벌되는 사기죄는 성립되지 않고, 경우에 따라 혼인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위자료 청구만 가능합니다.

실제로 필자의 사무실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속았다고 하면서 “속았다. 사기 결혼 당했으니까 결혼을 취소해 달라” 이렇게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혼인 취소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우리 판례도 엄격합니다. 다소 사실을 과장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혼인 취소 사유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경제적인 능력을 속인 경우는 혼인 취소가 어렵습니다. 빚이 있는 것을 말하지 않고 결혼한 것도 혼인취소 사유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빚이 있는 것이 잘못인가요?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빚, 채무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사례자와 같이 가족을 위해 채무가 발생한 것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기망한 경우에는 혼인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력, 직업, 결혼, 이혼 여부 등을 서류를 위조해 적극적으로 속인 경우에 엄격한 요건에서 혼인 취소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진지하게 빚이 얼마나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거짓말로 “빚이 하나도 없다”고 대답하고 서류를 위조했다면 기망에 해당하고 혼인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묻지도 않았는데 빚이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고 이를 사기결혼이라고 추궁하는 것은 가혹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례의 남성같이 지나치게 빚에 대하여 결벽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빚이 있으면 바로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생각해서 빚이 있는 배우자나 가족을 마치 죄인 취급하고 괴롭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그 사람의 가치관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경제적으로 빚이 없고 돈을 많이 모으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편 사례의 남성은 아주 자기중심적인 사람이고 정도가 심해지면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고 그 정도가 아주 심각하면 공감 능력이 결여된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가치관처럼 평생 빚 없이 살 수 있는 자기중심적인 여성을 만나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부득이한 사유 예컨대 가족이 아프거나 정말 돈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하면 아마도 그 사람은 절대로 남을 위해 돈을 쓰지도 않을 것이며 빚을 내어 도와주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인간관계, 결혼생활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가 돈인지, 가족 간의 사랑과 헌신인지 가치관을 먼저 확인하고 자신의 가치관, 성격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출처: 이인철변호사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x9A9Q7CDIZ0
출처: 이인철변호사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x9A9Q7CDIZ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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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