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 브로커와 손잡고 법원에 가짜 수사공적서를 제출한 현직 경찰관이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0부(부장판사 김병수)는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A씨에게 1심과 똑같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충남의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A씨는 2015년 3월 B씨의 마약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에 "B씨의 지인 C씨로부터 제보를 받아 3명의 마약사범을 검거하고 필로폰 27g을 압수했다"며 "B씨의 말이 없었다면 수사협조가 없었을 것이므로 B씨의 양형에 이 점을 반영해달라"고 수사공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알고보니 C씨는 B씨의 지인이 아니라 일명 '야당'에 불과했다. 야당은 마약사범과 경찰관을 연결해주는 불법 브로커를 일컫는다. 야당이 마약사범에게 돈을 받고 경찰관에게 제보하면, 경찰관은 이를 마약사범의 수사 협조 결과인 것처럼 법원에 허위로 알리는 식이다. 마약사범은 감형을 받기 위해 제보가 필요하고, 경찰관은 승진에 유리한 수사 실적을 쌓기 위해 이같은 쌍방 거래가 이뤄진다.

법정에서 A씨는 "작성된 보고서가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진실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행위가 마약 근절을 위한 수사 관행이라고도 항변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경찰관으로서 정확성과 진실성이 확보되도록 책임감 있는 자세로 업무처리를 해야 함에도 그와 반대로 행동했다"며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A씨가 경찰 생활을 하며 다수의 포상을 받은 점, 수사실적과 승진 압박이 일부 범행의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2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논리로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그러나 수사공적서에 기재된 것처럼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해 제보를 지속적으로 설득했다는 취지가 아니라, 감형을 위한 용도로 제보를 부탁한 사실이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제보 동기가 허위로 작성됐다고 봤다.

이어 "허위공적서가 재판부에 제출돼 공정하고 정확한 양형이 불가능하게 됐다"면서 "정당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