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최근 판결에서 적용 시점 판정
이 부회장은 신규취업 아니어서 다르다는 반론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에서 정한 '취업제한' 규정이 형집행 종료 시점이 아니라 유죄 판결 확정 시점부터 적용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옥중경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취업을 불승인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018년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박찬구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인 이듬해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취임했는데, 법무부는 그해 5월 취업을 승인하지 않는다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박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취업이 제한되는 만큼 집행유예 기간에는 대표이사를 맡을 수 있다며 소송을 냈다.

특경가법은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행을 저지르면 취업을 제한토록 하고, 그 기간을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 '징역형의 선고유예기간'으로 정하고 있다.

"취업제한은 유죄판결때부터"…이재용 옥중경영 어떻게 되나

재판부는 "특경가법은 취업할 수 없는 시기를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부터'로 정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취업제한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된 때부터 시작해야 제한의 취지를 살리고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판결의 취지를 근거로 현재 옥중에 있는 이재용 부회장 역시 부회장 타이틀을 떼야 한다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앞서 지난 15일 이 부회장 측에 취업제한 대상자임을 통보했다.

그러나 박찬구 회장의 판결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박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에 새롭게 대표이사를 맡은 경우지만, 이 부회장은 신규 취업이 아니기 때문에 취업 제한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2019년 10월 등기임원에서 물러났고, 현재 보수도 받지 않고 있는 만큼 취업과 취업제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삼성측의 입장이다.

2013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횡령으로 유죄가 확정됐을 때 최 회장도 "무보수로 재직중이어서 '취업'이 아니다"라는 논리로 복역중에 회장직을 계속 유지한 전례가 있다.

현재 법무부는 이 부회장측에 취업제한 대상임을 통보한 것 외에 형 집행중 부회장직 유지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해석을 내리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이 부회장의 실형이 확정된 만큼 법무부가 삼성전자 이사회에 통보해 부회장직을 내려놓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취업제한은 유죄판결때부터"…이재용 옥중경영 어떻게 되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최근 회의에서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검토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음달 19일 정기회의에서 재차 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옥중 경영이 어렵게 된다면 삼성전자는 미국과 평택 등 국내외 대규모 반도체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한 의사 결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형을 마친 뒤에도 5년 간 부회장으로서 대외 활동을 할 수 없어 장기간 경영 차질이 불가피하다.

다만 법무부에 별도의 취업 승인을 신청해 승인되거나 중간에 사면복권되면 취업 제한이 풀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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