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 사라지기 전에…" 쏟아지는 '학폭' 기준 명확해야

"곧 터지겠지. 곧 터질 거야. 내가 다 터트릴 거야."

이다영의 이 같은 발언이 현실이 됐다. 여자배구 흥국생명의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쏘아 올린 화살에 스포츠계는 물론이고 연예계 학폭 논란이 그야말로 '다 터지고' 있는 형국이다.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죽고 싶다"면서 팀 멤버를 폭로하려던 이다영의 시도는 엉뚱하게도 그에게 학교폭력(학폭)을 당한 피해자의 폭로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이재영 이다영의 학폭은 사실로 드러나 무기한 출전 정지 및 국가대표 박탈로까지 이어졌다.

뒤를 이어 남자배구 OK금융그룹의 송명근 심경섭의 학폭 의혹이 불거졌다. 이들은 학폭 가해자였던 사실이 확인되자 자진해서 팀을 나갔다.

남자배구 KB손보 이상열 감독은 12년 전 박철우 선수를 폭행했던 사건도 재조명되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상열 감독은 박철우에게 사죄하고 잔여 경기 출장을 자진 포기하기로 했다.

삼성화재 박상하 선수도 학폭 가해자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처음엔 이를 부인하다가 끝내 "친구와 후배를 때린 것이 맞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체육계에서 촉발된 학폭 논란은 연예계로 번졌다. '경이로운 소문' 조병규가 뉴질랜드에서 학폭을 가했다는 폭로가 나왔고 조병규 측은 이를 부인했다. 폭로자 또한 학폭 사실을 번복하면서 진화되나 싶었던 논란은 여자아이들 수진으로 이어졌다.
"실검 사라지기 전에…" 쏟아지는 '학폭' 기준 명확해야

22일 수진은 팬카페를 통해 "저는 학창 시절 눈에 띄는 아이였고 늘 나쁜 소문이 따라다닌 것도 맞다"며 "학생의 본분에 맞지 않는 옷차림을 하고 호기심에 담배를 몇 번 피운 적은 있다"고 털어놓았다.

학폭 의혹에 대해서는 "오늘 글을 올린 친구와 저는 정말 친한 친구였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가 왜 나를 멀리하려 했는지 글을 통해 알았다"며 "나도 화가 나서 부끄럽지만 그 친구에게 욕을 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실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번도 그 친구에게 폭행을 가한 적이 없고, 오토바이를 탄 적도 없으며, 왕따를 주도하는 단체 문자를 보낸 적도 없다. 교복을 뺏은 적도 물건을 훔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폭로자의 가족은 재차 수진의 해명에 반박하고 나섰다.

폭로자의 언니 A 씨는 "너네는 3명의 가해자였고 피해자인 내 동생은 욕 한마디 못했다"며 "뺨을 때리는 일은 폭행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수진이 왕따 주도 문자를 보낸 것과 교복을 뺏어 입은 것도 사실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연예계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연일 학폭 폭로가 줄을 이었다.
"실검 사라지기 전에 학폭 폭로하라고 해서"
같은 날 커뮤니티에는 '일진 출신 남자 아이돌 세XX 멤버 김X규를 폭로합니다'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B 씨는 최근 연이어 터지는 '학폭' 사건을 보고 용기를 냈다고 고백했다. 그는 세븐틴 민규와 초-중학교 동창이라면서 학교 앨범과 민규의 과거 SNS 내용이 캡처된 이미지를 인증했다.

B 씨는 "어차피 대형 소속사와 맞서 싸워봤자 질 게 뻔하니 평생 묵살하며 지내려 했었다"면서 뒤늦은 폭로의 이유를 "실검 기능이 없어지기 전에 다들 폭로하라고 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B 씨는 "하굣길에 다른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민규가 자신의 얼굴에 콜라 뚜껑을 던져 명중시킨 적이 있다. 그때 들었던 욕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소속사 오디션에 합격한 후에도 연습실까지 가는 차비를 빼앗은 적이 있고, '돈 모으면 우리 반으로 찾아오지 말고 전화해'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며 이미지 관리를 시작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민규 소속사 플레디스 측은 "사실무근이다"라고 반박했다.

잇따른 학폭 논란에 연예인 소속사들은 비상이다. 소속 아티스트의 숨겨진 학폭 사례가 없는지 조사하는 한편 폭로된 학폭 논란에 대응하느라 분주하는 모습이다.
'학폭논란' 이다영의 사진이 걸린 KOVO.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배구연맹 사무실 앞에 흥국생명 이다영(왼쪽) 등 선수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사진=뉴스1

'학폭논란' 이다영의 사진이 걸린 KOVO.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배구연맹 사무실 앞에 흥국생명 이다영(왼쪽) 등 선수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사진=뉴스1

사실 연예계의 학폭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인기가수 효린도 학폭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으며 각종 선발 예능에서 화제의 출연자가 학폭 논란에 하차한 일도 있다. 최근에는 '미스트롯2' 진달래가 최종 7인 선발전을 앞두고 학폭 논란이 불거져 하차를 선언했다. 배우 윤손하는 아들 학폭 논란에 캐나다행을 택한 경우다.

학폭이 만연한 스포츠계에도 이 같은 논란으로 징계를 받은 사례는 처음이다. 처벌 기준이 명문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대응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승부조작이나 불법 스포츠 도박 참여, 약물과 관련한 징계와 징계금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또 학폭이 프로 입단 전에 발생한 일이기에, 연맹 차원의 징계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이에 배구연맹은 배구계 학교폭력 근절 및 예방 방안을 비롯, 규정 개정을 논의하기 위한 비상 대책 회의를 소집한 바 있다. 가해자 가족들은 "한 번 더 기회를 줘야 하지 않느냐"고 읍소하고 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어디까지가 학폭인가 - 기준 논란

학폭에 대한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진다. 학교 내에서 학폭위원회가 열려야 학폭이라는 의견과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게 한 모든 행위가 포함된다는 의견도 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에는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 유인, 명예훼손, 모욕, 공갈, 강요, 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 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 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정의돼 있다.

'따돌림'이란 학교 내외에서 2명 이상의 학생들이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신체적 또는 심리적 공격을 가하여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사이버 따돌림'이란 인터넷,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하여 학생들이 특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 반복적으로 심리적 공격을 가하거나, 특정 학생과 관련된 개인정보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이 밖에 사소한 괴롭힘, 장난이라고 여기는 행위도 학교폭력 행위가 될 수 있다.

최대 포털인 네이버가 실시간 검색어를 폐지하기로 한 25일까지 당분간 학폭 폭로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검이 사라진다면 학폭 가해자에 대한 폭로가 지금과 같은 파급력은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폭 폭로가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도 있어 학폭 기준이 좀 더 명확하고 납득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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