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23일 밤119 구조대원들이 지하차도 물에 잠긴 부산역 인근 초량 제1지하차도 배수작업과 구조작업에 들어간 모습/사진=뉴스1
지난해 7월23일 밤119 구조대원들이 지하차도 물에 잠긴 부산역 인근 초량 제1지하차도 배수작업과 구조작업에 들어간 모습/사진=뉴스1
지난해 폭우 때 3명이 숨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관련해 당시 재난재해 총괄 책임자였던 이모 동구 부구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23일 부산지법 최진곤 영장전담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사교와 관련된 객관적 증거들이 수집돼 있고, 피의자의 수사 및 심문 과정에서의 진술 태도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앞서 이 부구청장은 지난해 7월23일 지하차도 침수 사고 당시 휴가 중이었던 구청장을 대신해 재난재해 대응 업무를 총괄했다.

이 부구청장은 지하차도 시설관리 책임을 맡고 있었지만, 배수로·전광판 등 재난 대비 시설 관리가 부실했고 침수 여부를 감시하거나 사전에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낳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사고 수습의 총책임자로서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직무유기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오전에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 측은 당시 이 부구청장이 당일 오후 6시40분께 퇴근한 뒤 개인 술자리를 가졌으며, 오후 8시 호우경보가 발효된 뒤에도 술자리를 이어갔다며 구속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영장실질심사를 참관한 유족은 권한이 큰 사람에게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법원은 기각 판단을 내렸다.

이 부구청장에 앞서 동구 안전관리 부서 팀장(6급)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지난 9일 구속됐다. 이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본부는 하위직 공무원에게만 참사 책임을 지게 해서는 안 되며, 시장 등 단체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해 7월 23일 오후 9시 30분께 부산에 내린 기록적인 집중호우 때 초량 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이곳을 지나던 차량 6대가 갇혀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