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평가 전 선정위원에 PPT 자료 보내 "최고점 달라" 청탁
뇌물 주고받고도 "빌린 돈" 발뺌…"어차피 선정" 허무맹랑 주장
'끝났어ㅋㅋ' 학교 인조 잔디 납품비리 장학사·브로커 실형

초중고 인조 잔디운동장 조성 사업과 관련해 업체 선정을 대가로 뇌물을 주고받은 브로커와 교육공무원이 나란히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이 이뤄지자 단순히 돈을 빌린 것처럼 꾸미고, 청탁행위와 관계없이 어차피 해당 업체가 선정될 일이었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실형을 면치 못했다.

춘천지법 영월지원 형사1단독 김시원 판사는 위계공무집행방해와 뇌물공여,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브로커 A(68)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와 함께 범죄를 저지르고 뇌물을 받은 강원도교육청 장학사 B(47)씨에게도 위계공무집행방해와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2년과 벌금 4천만원을 선고하고, 2천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3월 평창지역 초중고 운동장 인조 잔디 업체선정 평가에서 A씨의 C 업체가 뽑히도록 자재선정위원회 개최 전에 위원들에게 해당 업체를 알아볼 수 있는 자료를 보내 C 업체가 선정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인조 잔디 업체 강원본부장이라는 직함으로 활동하며 주로 인맥을 활용해 자재선정위원들에게 선정을 청탁했던 A씨는 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달라"며 블라인드 평가에서 C 업체를 식별할 수 있는 PPT 자료를 미리 보냈다.

B씨는 선정위원과 A씨와의 식사 자리를 주선해 접대하며 청탁했고, 다른 위원에게도 수시로 전화해 청탁한 뒤 C 업체를 알아볼 수 있는 PPT 자료를 미리 보냈다.

B씨는 그 대가로 A씨로부터 2천만원을 받았다.

A씨는 같은 수법으로 강릉 한 고등학교 인조 잔디 납품을 따내기도 했다.

'끝났어ㅋㅋ' 학교 인조 잔디 납품비리 장학사·브로커 실형

결국 수사기관에 꼬리가 잡혀 재판에 넘겨진 두 사람은 "2천만원은 단순 차용금에 불과할 뿐이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사람이 아무런 담보도 없이 갑작스레 2천만원을 빌릴 수 있는 사적인 신뢰 관계가 형성된 상태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B씨가 뇌물을 받은 뒤 100만원 넘게 쇼핑하고 4천만원 상당의 새 차를 할부로 구매했음에도 전혀 변제를 독촉하지 않은 점, 지난해 8월 압수수색영장이 집행되자 다음 날 거짓 차용증을 작성한 점도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는 근거로 들었다.

청탁하지 않은 위원들도 C 업체에 최고점을 줬기 때문에 청탁과 관계없이 선정될 일이었다는 주장 역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두 사람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C 업체에 최고점을 준 한 위원은 자재선정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동료 교사의 물음에 '끝났어 ㅋㅋㅋㅋ 회사 다 가리고 했는데 뭐 원하는 대로?'라고 답하기도 했다.

김 판사는 "A씨의 범행은 선의의 경쟁을 하는 관련 업체와 업계의 건전한 영업활동을 위축시키고 업계 관행을 왜곡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B씨는 관급공사에 관한 관행화된 비리에 크게 일조했다"며 "공무원의 공정성과 불가매수성, 그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것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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