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된 선원 "동료들은 어떻게 됐나요"
해경, 풍랑주의보에 귀항 중 사고 난 것으로 추정
어창 내 공기로 40여 시간 버텼다…아찔했던 경주 어선 사고

풍랑주의보 속에 전복된 홍게잡이 어선에서 40여 시간 만에 구조된 선원은 어창 내부 공기가 만든 에어포켓 덕분에 목숨을 건진 것으로 확인됐다.

9.77t급 홍게잡이 어선 거룡호가 경북 포항 구룡포항을 출항한 것은 지난 19일 오전 3시 1분이었다.

출항 후 2시간만인 오후 5시에 동해 남부 전 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발령됐다.

이 어선은 규모가 작아 풍랑주의보가 발령되면 조업을 중단하고 항구로 돌아와야 하는 배에 속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배가 침수되기 시작했다.

거룡호가 침수되고 있다는 신고가 해경에 전달된 시간은 오후 6시 46분이었다.

당시 거룡호 선장은 포항 구룡포항에 있는 지인 A씨에게 전화로 침수 사실을 알렸다.

A씨는 다시 이 내용을 포항해양경찰서 구룡포파출소에 전달했다.

거룡호 선장이 왜 직접 해경에 신고하지 않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기관장이 미처 구명조끼를 입을 틈도 없이 거룡호는 신고 직후 얼마 되지 않아 뒤집힌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풍랑주의보가 발령된 지 1시간 46분만에 사고가 난 점을 고려했을 때 귀항하다가 침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

해경은 신고를 받고 즉시 현장에 출동했고 해군 소속 함정과 항공기 등을 동원해 수색에 들어갔다.

어선은 수색 약 3시간 만에 신고 지점에서 4㎞ 정도 떨어진 곳에서 전복된 상태로 발견했다.

그러나 밤샘 수색에도 승선원 6명은 아무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튿날인 20일에도 수색이 계속됐지만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 때문에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과정에 구조대가 전복된 어선에 올라가 망치로 두드리며 신호를 보내다가 강한 파도에 휩쓸리기도 했다.

해경과 해군은 20일 오후 선체 침몰을 막기 위해 어선 주변에 공기주머니 2개를 설치했다.

수색 3일 차인 21일에서야 실종된 6명 가운데 2명이 발견됐다.

해경은 이날 오전 9시 20분께 사고 선박 인근 바다에서 실종 선원으로 추정되는 1명을 발견했다.

확인 결과 베트남인 선원으로 이미 숨진 상태였다.

어창 내 공기로 40여 시간 버텼다…아찔했던 경주 어선 사고

뒤이어 해경은 오전 10시 16분께 어선 안에서 생존한 한국인 기관장 B씨를 발견해 10시 23분께 어선 밖으로 구조했다.

B씨는 사고가 난 뒤 다른 선원들과 함께 배에서 탈출하려고 했으나 발을 다쳤고 줄과 어구 등에 막혀 어창으로 피신했다고 진술했다.

어창은 입구가 좁지만 내부 공간이 꽤 넓었고 배가 뒤집히면서 내부에 공기가 남아 이른바 '에어 포켓'이 형성됐다.

그는 어창 안에 움츠린 채 물에 닿지 않은 상태로 약 40시간을 홀로 지냈다.

만약 몸이 물에 닿았더라면 저체온증으로 위험할 수 있었다고 구조대원들은 입을 모았다.

더군다나 배가 FRP(섬유강화플라스틱) 재질이어서 낮에는 빛이 투과돼 어느 정도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포항해경 구조대와 해경 중앙특수구조단은 합동으로 물에 들어가 기관실, 조타실 등을 차례로 확인하다가 B씨를 발견했다.

구조대원들은 구조대원과 함께 쓸 수 있도록 된 마스크를 건네 코와 입으로 숨을 쉴 수 있도록 한 뒤 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B씨는 발견 당시 의식은 있었지만,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구조대원들은 "괜찮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고개만 끄덕였다고 전했다.

B씨는 "동료들은 어떻게 됐느냐"고 처음에 물었다고 구조대 측은 전했다.

포항해경 구조대 관계자는 "여러모로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B씨는 점차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해경은 22일 새벽까지 수색했으나 실종자를 추가로 찾지 못함에 따라 실종자 가족과 협의해 어선을 선적지인 포항 구룡포항으로 예인하기로 했다.

오전 7시 52분께 출발한 배는 22일 밤늦게 구룡포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포항해경은 어선 예인이 결정됨에 따라 선내 수색을 마쳤다.

예인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예방을 위해 주변에 안전관리 함정을 배치했다.

해경은 배가 도착하면 추가로 수색하고 침수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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