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졸업 로망' 산산조각…졸업 주간에도 캠퍼스 썰렁
아쉬움 달래려 동기끼리 기념…예비 4학년은 대면 졸업 소망
"학사모 던지고 싶었는데"…랜선 졸업에 "남 일 보는 기분"

박영서 기자·백다혜 여의주 인턴기자 = "다른 사람이 참석한 졸업식 영상을 보는 거라서 내가 졸업한다는 생각도 안 들어요.

4년을 마무리했다는 느낌이 없어요.

"
졸업을 앞둔 장정우(26)씨의 4학년은 비대면으로 시작해 비대면으로 끝났다.

1년 내내 노트북 앞에서 수업을 들었고, 학교생활의 마침표를 찍는 졸업식조차 온라인 생중계로 결정됐다.

장씨는 "학교와 사회를 구분하는 게 졸업인데, 비대면으로 하니까 졸업 분위기가 안 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졸업생 남소영(23)씨는 "작년에 졸업식 취소될 때만 해도 올해까지 이어질 줄 몰랐다"며 "남 일이 내 일 됐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대학들은 대면 졸업식을 취소하고, 온라인 졸업식으로 대체했다.

학생들은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면서도 "다 같이 학사모 던지는 게 로망이었다"며 짙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1년 정도면 모든 게 해결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가 체념으로 변했고, 비대면 졸업식에 대한 반응도 미적지근했다.

참석 여부 물음에 졸업생 대부분은 참석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최근 잡코리아가 대졸 예정자 573명 상대로 '졸업식 참여 의사'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 70.9%가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조유정(24)씨는 "비대면 졸업식은 TV로 남의 졸업식 보는 기분일 것 같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학사모 던지고 싶었는데"…랜선 졸업에 "남 일 보는 기분"

대학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일정 기간을 두고 학위복과 학사모를 빌려주는 졸업 주간을 운영하고 있으나 활력을 잃은 캠퍼스는 마지막까지 적막한 분위기다.

지난 18일 졸업 주간 첫날에 방문한 강원대학교에는 '졸업을 축하한다'는 현수막만이 혼자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단과대학 건물 앞에 즐비했던 독특한 문구의 현수막은 자취를 감췄고, 사람이 없는 넓은 캠퍼스는 을씨년스러웠다.

춘천교육대학교도 지난 15일부터 일주일간 졸업주간에 돌입했으나 졸업식 특유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찾을 수 없었다.

간간이 친구들과 사진을 찍거나 가족과 학교를 방문한 학생들만이 눈에 띄었다.

김학범(24)씨는 "모이기가 조심스러운 시국이지만, 일생에 한 번뿐이라 친구들과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사진을 찍으러 온 홍현경(24)씨는 "사실 지난 1년간 코로나19로 학교를 못 나와서 아쉬웠는데 이렇게라도 찍게 돼 다행이다"라고 했다.

자녀가 사진을 찍는 모습을 지켜보던 한 졸업생의 어머니는 "학교가 너무 썰렁하다"며 아쉬워했다.

"학사모 던지고 싶었는데"…랜선 졸업에 "남 일 보는 기분"

이에 학생들은 비대면 졸업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저마다의 방법으로 졸업을 기념하고 있다.

대학원을 졸업하는 이윤경(29)씨는 졸업식 대신 호텔에서 몇몇 친구들과 졸업 파티를 했고, 윤모(23)씨는 지난 4년의 추억을 정리하는 의미로 동기들과 함께 포토북을 만들었다.

백민재(23)씨는 "원래 졸업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로 여행을 취소했다"며 "졸업식 후 친구들끼리 각자 집에서 화상회의 앱을 통해 졸업 파티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배들의 '코로나 졸업식'을 지켜보는 후배들은 벌써 다가올 졸업식을 고민했다.

올해 4학년이 된 김혜빈(22)씨는 "내가 졸업할 때는 대면 졸업식이었으면 좋겠다"며 "졸업할 때 학사모랑 마스크를 던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대운(22)씨는 "내년에는 꼭 대면으로 졸업식다운 졸업식을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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