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가해자가 특수관계인인 경우도 처벌조항 만들어야"
갑질 맞지만 징계 어렵다?…"직장괴롭힘금지법 개정해야"

2019년 7월 경기도 파주의 한 골프장에 입사한 캐디 배문희씨는 관리자 A씨의 지속적인 폭언과 모욕에 시달렸다.

견디다 못해 항의하자 사실상 해고를 당했다.

배씨는 여러 차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했고 지난해 9월 2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배씨 유족은 이 사건을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지만, 억울함은 풀리지 않았다.

이달 9일 발표된 사건 처리 결과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지만, 캐디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가해자 징계 등)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의 직접적인 적용은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A씨는 골프장 정규직 직원이었으나, 배씨는 골프장 측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특수고용직으로 일했다.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이처럼 가해자가 직장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특수고용 노동자를 지휘·명령하는 사실상의 사용자인 경우 등 특수관계인(제삼자)일 때는 처벌 조항이 없다.

노동전문가들로 구성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특수관계인에게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특수고용·용역·하청 노동자들의 사례를 21일 소개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2월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은 이들 중 9.3%는 원청업체 직원, 고객·민원인, 사용자 친인척 등 '갑'의 지위에 있는 특수관계인에게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한 제조업 회사에서 용역으로 일하던 A씨는 원청사 반장의 특근 지시를 거부했다가 "앞으로 나오지 말라"는 말을 듣는 등 괴롭힘을 당했다.

A씨는 원청사 임원에게 이를 알렸지만 도리어 해고를 당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직장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노동자를 지휘·명령하는 특수관계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법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조항을 신설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현재 국회에 15건의 개정안이 상정됐다고 설명하며 "이달 26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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