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독립에 목숨을 걸고 도운 이방인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독립운동가와 마찬가지로 이들의 헌신과 희생도 값지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알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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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호 작가 "우리 독립에 목숨 걸고 도운 이방인 알리고 싶어"

1949년 4월 대통령령 제82호로 건국공로훈장령이 제정 공포된 이래 지금까지 독립유공자로 선정된 인물은 1만5천여 명이다.

이 가운데 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자 공적 조서에 따르면 재외동포를 뺀 순수 외국인은 70여 명에 이른다.

이들 중에는 캐나다 출신 선교사인 로버트 그리어슨(한국명 구예선·1868∼1965)이 있다.

그는 함경북도 성진에 보신학교·협신중학교와 제동병원 등을 세우고 애국 계몽운동과 의료 선교에 힘썼다.

그러나 이방인이라는 사실과 북한 함경도를 중심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최근 정진호(63) 작가는 그를 비롯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를 맡았던 이동휘 선생, 독립운동가 손정도 선생 등의 독립운동기를 소설로 재구성해 '여명과 혁명, 그리고 운명'을 펴냈다.

정 작가는 2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우리 독립 운동사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임에도 대중이 모른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며 "이들을 조명하겠다는 사명감으로 2018년부터 3년여간 매달려온 노력에 열매를 맺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1994년 중국 옌볜과학기술대 교수를 지내고, 남북 간 첫 합작 교육기관인 평양과학기술대 설립 부총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동대 통일한국센터 객원교수와 유라시아 원이스트씨 포럼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한반도와 중국을 오가며 독립운동사를 연구했으나 캐나다 출신 독립유공자의 존재는 비교적 최근에야 알게 됐다.

2017년 여름 캐나다 토론토 대학 방문교수로 부임하면서다.

그는 "일제 강점기 시절 미국 선교사만큼이나 의미 있는 활동을 펼친 캐나다 출신 선교사는 생각 이상으로 많았다"며 "오히려 현지 교민이나 자국민이 이들의 업적을 잊지 않고 기리고 있더라"고 말했다.

특히 로버트 그리어슨은 3·1 운동 당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자 부상자들을 치료하며 돌봤고, 1968년에는 독립장에 추서됐다.

정진호 작가 "우리 독립에 목숨 걸고 도운 이방인 알리고 싶어"

"집필 과정에서 그리어슨 선교사의 막내딸을 만났는데요.

함경북도 김책시에서 태어난 그는 3·1 운동이 2019년에 100주년을 맞이했다는 사실은 물론이고, 아버지의 독립유공자 훈장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어요.

아흔 살이 넘은 고령이지만 어렸을 적 아버지가 전해준 우리나라의 독립사를 생생히 기억하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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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작가는 "그리어슨 선교사는 일제 말기에 추방을 당한 이후로 한국을 찾지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국에서도 한국의 해방 소식에 기뻐했고, 6·25 전쟁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했다고 하더라"고 기억했다.

남측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에 비해 자료를 확보하기도 어렵고 관계자를 만나기도 힘들었지만 그가 이들의 활동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독립운동 역사조차도 진영이나 이념 논쟁으로 갈리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또한 남북 갈등 등을 풀기 위한 첫 번째 과제가 근현대사를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것이라 봤다.

"외국인 독립운동가는 모국에서 쌓은 업적을 모두 내려놓고 타국에 와 목숨을 걸고 싸운 이들입니다.

당시 지구촌에 한국의 존재감과 독립 의지를 알리기도 했고요.

다른 국적의 선교사보다 더 훌륭한 일을 했다고 얘기하려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조명하자는 취지였죠."
그는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인문학적 감성을 더한 팩션(Faction) 형태지만 역사서를 쓴다는 마음가짐으로 자문이나 고증을 꼼꼼히 거쳤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방 이후와 한국전쟁 등의 이야기를 담은 후속편을 준비하고 있다"며 "분열된 사회를 조금이나마 치유하고 하나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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