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공중진화대, 화상·낙상 위험 무릅쓰고 불쏘시개 제거
40도 급경사에 살수도 어려워…악조건 속 화마와 사투
정선 산불 최전선에서 밤새 갈퀴질…방화선 구축 안간힘
"경사도가 30도만 돼도 등산하기가 힘든데 산불이 난 곳은 40∼45도 정도라 악조건도 이런 악조건이 없습니다.

"
강원 양양 산불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지 불과 이틀 만인 20일 정선에서도 화마(火魔)가 산림을 무섭게 집어삼키고 있다.

특수진화대와 함께 산불 진화의 최정예 요원들로 이뤄진 공중진화대가 급경사지와 강풍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최전선에서 방화선 구축에 온 힘을 쏟고 있으나 산불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21일 산림청 산림항공본부에 따르면 현재 공중진화대 20여 명이 화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불갈퀴를 이용해 '불쏘시개'가 될만한 낙엽이나 부산물을 긁어내며 방화선을 구축하고 있다.

불이 난 노추산이 소나무 등 침엽수로 이뤄진 탓에 불에 탄 솔방울이 '불똥'이 되어 산 아래 민가에 굴러떨어지기라도 한다면 피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초속 6m를 넘었던 바람이 야간 들어 초속 3m 안팎으로 잦아들긴 했으나 날씨는 변덕이 심해 믿을 게 못 된다.

이에 공중진화대원들은 불갈퀴로 땅을 최대한 깊게 파내서 일종의 방지턱을 만들고 있다.

평소라면 불길과 충분한 거리를 두고 갈퀴질을 하지만 노추산은 경사가 심해 번질 위험이 크다고 판단, 대원들은 화상 위험을 무릅쓰고 최대한 불길에 근접해 방화선을 치고 있다.

정선 산불 최전선에서 밤새 갈퀴질…방화선 구축 안간힘
산림항공본부 관계자는 "산불 진화 주력 수단은 헬기지만 헬기만이 능사가 아닌 이유"라며 "공중진화대는 불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기계화시스템을 이용해 물을 뿌리는 방법도 있으나 급경사지라 여의치도 않다.

호스를 끌어 올리려면 중간중간 여러 사람이 줄을 잡아줘야 하는데 안전사고 위험도 크고, 날씨가 추워 뿌린 물이 얼어버린다면 낙상 등 사고위험은 배가 된다.

경사도가 30도만 되도 험한 산에 속하는데 정선 산불 현장은 경사도가 40도를 넘나들 정도로 가파르다.

결국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확실한 '방화선 구축' 말고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산림항공본부 관계자는 "운이 좋아 해 뜨기 전 지상 인력으로 불길을 잡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일단은 방화선을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 산불 최전선에서 밤새 갈퀴질…방화선 구축 안간힘
이번 산불은 전날 오후 3시 50분께 정선군 여량면 구절리 노추산에서 발생했다.

불이 나자 헬기 11대를 비롯해 공중진화대와 특수진화대, 공무원, 소방대원, 경찰 등 212명과 진화차 등 장비 16대가 투입됐으나 급경사 지형과 강풍 탓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까지 진화율은 50%로 국유림 11㏊(11만㎡)가 탄 것으로 추정된다.

산림당국은 해가 뜨는 대로 헬기와 장비, 인력을 총동원해 진화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