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의 ‘인사 논란’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과 ‘사법농단’ 사건을 맡은 재판장이 기존 인사원칙을 깨고 계속해서 관련 재판을 담당하게 됐다. 논란이 되고 있는 재판부들이 이번 인사에서 돌연 대등재판부로 전환되면서 법조계에선 “논란을 무마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판사들의 법원 간 이동은 대법원장이, 법원 내 이동(사무분담)은 법원장이 맡는다. 지난 3일 대법원 인사 이후 18일에 나온 서울중앙지법 사무분담에 따르면 형사합의 21부 재판장인 김미리 부장판사와 형사합의 36부 재판장인 윤종섭 부장판사는 기존에 맡던 조국 전 장관 사건과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 재판장 자리에 계속 앉게 됐다. 사무분담을 맡은 성지용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초대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김미리 부장판사가 맡고 있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재판은 1년째 공판준비기일만 열렸다. 아직까지 정식 재판은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사건이 현 정권에 민감한 사건인 만큼 차기 대선 이후로 사건을 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김 부장판사는 웅동학원 채용비리의 주범인 조 전 장관 동생에게 공범들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도 김 대법원장과 같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사법농단’ 사건을 맡고 있는 윤종섭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만 6년째다. 부장판사는 한 법원에서 3년 근무하면 다른 법원으로 이동하는 것이 원칙이나 김 부장판사와 윤 부장판사만 올해 잔류하게 됐다.

한편 형사 21부 등은 부장판사 세 명이 돌아가면서 재판장을 맡는 대등재판부로 전환된다. 대등재판부 자체는 재판 경험이 많은 부장판사들로 구성돼 실질적인 합의를 가능케 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사 논란이 일었던 재판부가 전환돼 향후 협의 과정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