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당시 용화여고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이어붙인 미투 메시지. / 사진=한경 DB

2018년 당시 용화여고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이어붙인 미투 메시지. / 사진=한경 DB

2018년 학생들이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을 이어붙여 교사들 성폭력을 폭로한 이른바 ‘창문 미투’로 관심을 모은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의 전직 교사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11부는 19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직 용화여고 교사 A씨(57)에게 이같이 선고하면서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함께 명령했다.

2018년 당시 각계 미투가 이어지자 용화여고 졸업생들은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 뽑기 위원회’를 꾸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교사들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했다. 이후 용화여고 재학생들도 교실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미투(#ME TOO)’ ‘위드 유(#WITH YOU)’ 등의 문구를 만들어내 눈길을 끌었다.

A씨는 앞선 2011년 3월부터 2012년 9월까지 교실, 생활지도부실 등에서 강제로 제자 5명의 신체 일부를 만져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들은 A씨가 허리, 허벅지, 성기 부분 등을 손으로 치고 속옷을 만지는 등의 행위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반면 A씨는 기억이 나지 않고, 신체 접촉이 있었다 해도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9일 서울북부지법 앞에서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등이 연 '용화여고 스쿨미투 1심 선고 기자회견'. / 사진=뉴스1

19일 서울북부지법 앞에서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등이 연 '용화여고 스쿨미투 1심 선고 기자회견'. / 사진=뉴스1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1심에서 재판부는 “피해자들 진술이 일관되고 상황 묘사가 구체적”이라며 “당시 피해자들이 불쾌감을 표하지 않은 것은 나이가 어렸고 피고인이 담임교사라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 그랬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당시 상황에 불쾌감을 표현하고 있고, 판례에서도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고 보인다면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면서 “교육자로서 임무를 망각하고 피해자들을 추행한 점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선고 후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서울북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에서 피해자 한 명은 ‘기적’이라고 표현하며 “학교 현장이 보다 안전하고 즐거운 곳이 되는 데에 일조했다고 믿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용화여고의 창문 미투는 교내 성폭력을 공론화하는 이른바 ‘스쿨 미투’의 도화선이 돼 이후 다른 학교 현장에서도 미투 폭로가 잇따랐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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