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축구장 14배 산림 '활활'…눈 없는 겨울에 산불 비상
산불 주범 '양간지풍' 무력화 위해 불쏘시개 모조리 제거 추진
2월 강수량 0.1㎜ '찔끔'…동해안 '대형산불 악몽' 재현 우려
"예전 낙산사 대형산불이 생각나 잔뜩 긴장했었어요.

그때는 집 앞 아름드리나무까지 모두 탔었는데 오늘 산불은 빨리 꺼져서 다행이에요.

"
밤사이 강원 양양에서 산불이 나 산림 6.5㏊(6만5천㎡)를 태우고 6시간 만에 꺼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마을과 야산이 거의 맞닿아 있어 주민 80여 명이 마을회관으로 대피해 새우잠을 자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양양 산불을 비롯해 도내에서는 올해 현재까지 산불이 6차례 발생해 벌써 축구장 14배에 달하는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강수량이 평년에 한참이나 못 미치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 '대형산불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19∼20일 강원 동해안에 초속 10∼20m, 순간최대풍속 초속 30m 이상의 거센 바람이 예상됨에 따라 대형산불위험예보를 발령했다.

동해와 삼척은 대형산불위험 경보, 고성·속초·양양·강릉·태백·인제·정선 등에는 주의보가 각각 발령됐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불 예측·분석센터가 동해안 지역 산불위험지수를 분석한 결과 19일부터 전형적인 양간지풍의 영향권에 놓이게 돼 산불 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2월 강수량 0.1㎜ '찔끔'…동해안 '대형산불 악몽' 재현 우려
◇ 바짝 마른 동해안…산불 6번에 축구장 14배 잿더미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9일 현재까지 강원도에서는 모두 여섯 차례 산불이 발생했다.

산림 피해면적만 10.05㏊(10만500㎡)로 축구장 면적 0.714㏊(7천140㎡)의 14배에 달한다.

지난밤 양양 산불을 비롯해 전날 오후 3시께 강릉에서도 산불이 나 산림 0.4㏊를 태웠다.

강릉에서는 이달 16일에도 산불이 나 산림 1㏊가 잿더미가 됐고, 9일에는 삼척에서 산불이 발생해 산림 1㏊가 탔다.

1월에도 17일 강릉과 20일 횡성에서 산불로 인해 산림 1.15㏊가 탔다.

현재 강원 영동에는 사흘째 건조특보가 내려져 있다.

동해안 6개 시군에는 건조경보가 내려져 있어 산불위험이 큰 상황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강원지역 강수량은 영서 13.3㎜, 영동 5.7㎜로 평년과 견줘보면 영서는 6.8㎜가 적었고, 영동은 44㎜나 적었다.

2월 1∼18일 강수량도 영서는 4.9㎜에 그쳐 평년(24㎜)에 한참 못 미쳤다.

같은 기간 영동은 평년(48㎜)과 비교가 무색할 정도로 강수량이 단 0.1㎜에 그쳤다.

특히 동해안에는 '눈 없는 이상한 겨울'이 장기화하면서 산불 관련 부서는 겨우내 비상이 걸린 상태다.

기상청은 2∼3월 강수량도 평년과 비슷할 가능성이 크고 건조한 날이 많으며, 영동에는 지형적인 영향으로 많은 눈이 내릴 때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불쏘시개' 산림 관련 부산물 3월까지 제거 총력
산불 위험이 커지면서 강원도는 봄철 동해안 대형산불 주범인 '양간지풍'을 무력화하고 산불 시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산림 부산물 제거 등 산불 예방대책을 내놨다.

도는 3월 31일까지 속초, 고성, 양양 등 3개 시군의 산불 발생 위험지 87곳 208㏊에서 부산물을 사전에 제거하는 등 산불 예방 대책을 시행한다.

양간지풍은 봄철 양양과 고성(간성) 사이에서 국지적으로 강하게 부는 바람으로, 대형산불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남고북저'(南高北低) 형태의 기압 배치에서 강한 서풍 기류가 발생하고, 이 기류가 태백산맥을 넘으며 고온 건조해지면서 속도도 빨라져 '소형 태풍급' 위력을 갖게 된다.

2019년 4월 동해안을 초토화한 대형산불 때도 양간지풍이 불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피해를 키웠다.

게다가 벌채지역 등에 남겨진 수많은 산림 부산물이 불쏘시개로 돌변하면서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기 일쑤다.

이에 도는 산불 발생 위험지에 산재한 부산물(미사용 바이오매스), 즉 벌채나 숲 가꾸기 및 병해충 피해목 등 원목 생산에 이용되지 않는 목재를 4월 이전에 수거한 뒤 파쇄할 계획이다.

또 다른 산불 요인 중 하나인 산림 연접지의 가정용 화목보일러는 펠릿 보일러로 교체하고, 교체·구입비의 30%를 자부담해야 하는 조항을 폐지하도록 산림청에 요청하기로 했다.

산불 진화에 필요한 진화용수 확보를 위한 담수지 2개소에 결빙방지장치를 운용해 헬기 진화용수 확보도 언제나 가능하게 했다.

산불 진화 헬기의 신속한 투입을 위해 도내 최북단인 고성지역에 계류장을 마련해 대형 진화 헬기의 전진 배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2월 강수량 0.1㎜ '찔끔'…동해안 '대형산불 악몽' 재현 우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