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등 사회 폭력에도 경각심 높여…'증명 어려움'은 한계"
'학폭 미투'에 위로받는 피해자들…"심리적 회복효과"

"지금이라도 글을 쓰면서 그 애의 악행을 알리고, 동시에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 보려고 합니다.

"
학창 시절 왕따 경험이 있는 A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가계정을 만들고 어린 시절 경험한 학교폭력(학폭)의 경험을 글로 풀어내기로 결심했다.

최근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이재영·이다영 선수의 학폭 전력이 알려지며 중징계를 받은 사건 등이 결심 계기가 됐다.

A씨는 "학창 시절엔 '그럴 만해서 왕따를 당하는 것'이라는 가해자의 말에 세뇌됐지만, 성인이 된 지금 그게 얼마나 잘못된 생각이었는지 알게 됐다"고 했다.

◇ "사회 전반적 계도 효과…만연한 폭력에 경각심 일으킬 것"
전문가들은 최근 유명인 학폭 폭로 이후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벌을 받는 일련의 과정들이 대중들에 공개되면서 일반인 피해자들도 위로를 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18일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노출하는 것은 재외상화(retraumatization)를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며 "상처를 노출한 이들이 가해자가 벌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얻는 심리적 회복이 크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일반인 피해자들도 이를 충분히 관찰하고 학습하면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사회적 공정함을 되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가해자로부터 직접 사과받을 수 없는 처지의 피해자들도 학폭 미투에 동참하고 공감하며 '내 가해자도 언젠가 처벌받을 것'이라는 보상심리를 얻게 됐다"고 풀이했다.

이번 학폭 미투 파문이 사회에 만연한 폭력에 경각심을 일으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곽 교수는 "학교폭력 외에도 직장 내 폭력, 갑질 등 우리 사회에 여전한 폭력 문화가 있다"며 "학폭 미투 움직임이 사회 전반에 큰 경각심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학폭 미투'에 위로받는 피해자들…"심리적 회복효과"

◇ '증명 어려움'은 한계…학폭 초기대처 중요성 재강조 계기
다만 오래전 학창 시절 일에 대한 폭로에는 증명의 어려움이 따른다는 한계도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해자들이 성인이 된 이후 십수년 전 피해를 고발하다 보니 증명 절차가 생략되는 한계가 있다"며 "피해 발굴이 가능한 사회가 됐음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언론을 통해 피해 사실이 확대 재생산되기만 하고 실체적 진실을 모르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학폭을 일으킨 전반적 시스템을 개선하고 관행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폭로가 나오는 데는 학교폭력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임명호 교수는 "초기에 전문가 치료를 받지 않고 6개월 이상 지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만성화된다"며 "학폭을 경험한 뒤 제때 치료받지 못한 이들이 10년,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내 잘못이 아니구나'를 인식하며 폭로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학교폭력 피해자 상담 시간을 늘리고, 가해자에 대해 선도위원회를 즉시 발동하는 등 학교 차원의 초기 대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