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권재판소, '푸틴 정적' 나발니 석방 요구…러, 강력 반발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1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본부를 둔 재판소는 최근 투옥된 야권 운동가 나발니의 생명이 위험하다며 이같이 판결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재판소에 제출한 고소장에서 러시아 정부가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할 충분한 안전장치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러시아 국내선 여객기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던 나발니는 독일 베를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나발니는 지난달 17일 귀국하자마자 러시아 당국에 체포됐고 2014년 사기죄 혐의로 선고받은 집행유예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3년 6개월의 실형에 처해졌다.

러시아 정부와 의회는 유럽인권재판소의 결정을 일제히 비난했다.

러시아 법무장관 콘스탄틴 추이첸코는 나발니를 석방하라는 재판소의 판결을 "유례가 없는 일" "명백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부르며 강력히 반발했다.

추이첸코 장관은 기자들에게 "주권국가의 사법부 활동에 대한 명백하고도 심각한 간섭이자, 근거가 없는 불법적인 요구"라며 러시아법상 나발니의 구금 해제는 이행이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로시야 24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결정을 또 다른 러시아 압박 캠페인의 하나이자 우리 내정에 대한 간섭의 일환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 판례는 유럽인권재판소가 그 여파를 가늠할 수조차 없는 국제법에 대한 일제사격이다"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레오니트 슬루츠키는 "러시아 반대론자들은 점점 더 자주 이 재판소를 러시아를 압박하는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유럽평의회가 제정한 유럽인권협약에 근거해 설치한 것으로, 재판소가 내린 최종 판결은 유럽평의회 가입국 전체에 효력을 미친다.

러시아도 유럽평의회 회원국으로 재판소의 결정을 따라야 할 의무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AFP는 설명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해 채택한 새 헌법에 담긴 '국제법에 대한 국내법 우위' 조항 등을 들어 이번 판결을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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