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폐지 정책 흔들리나

작년 해운대고에도 "취소 안돼"
"평가지표 모호" 학교 손 들어줘

교육부는 "2025년 일괄폐지"
헌재 판결 남아 또 다른 변수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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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자율형사립고 폐지정책’에 법원이 또다시 제동을 걸었다. 법원이 서울 배재고와 세화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가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고가 부산교육청을 상대로 승소한 데 이어 서울 지역에서도 자사고 취소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내려지면서 정부의 자사고 일괄폐지 정책도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法 “배재·세화고 자사고 취소는 위법”
"배재고·세화고 자사고 취소 위법"…文공약 제동 건 법원

서울행정법원 제14행정부(부장판사 이상훈)는 18일 배재고와 세화고 학교법인이 서울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취소처분 취소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19년 7월 서울교육청이 배재고, 세화고 등 8개 자사고 지정 취소를 결정한 지 1년7개월여 만이다.

서울교육청은 2019년 7월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등 8개 자사고에 대해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서울교육청은 교육과정 운영 및 교원 전문성 등을 지표로 5년간의 학교 운영성과를 평가해 70점을 넘기지 못한 학교에 대해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다. 해당 자사고 측은 평가지표가 불리하게 설계됐을 뿐 아니라 평가지표 변경도 충분한 협의 없이 이뤄졌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교육청은 자사고 평가 항목과 기준 변경은 적법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재판부는 “공정한 심사는 행정청의 자의가 아니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야 한다”며 “피고(교육청)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고진영 배재고 교장은 “오늘 행정법원 판결에 따라 배재고와 세화고가 자사고의 지위를 되찾게 된 점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며 “다양성 교육, 수월성 교육을 비롯해 자사고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교육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교육부 2025년 ‘일괄폐지’ 고수
법원이 잇달아 학교 측 손을 들어주고 있어 1심 선고를 앞둔 다른 6개 자사고 판결도 비슷한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교육부가 2025년 자사고 일괄폐지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자사고가 제기한 헌법소원 결과에 따라 추후 자사고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들은 이날 법원 판단을 환영했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교육 당국이 학교 운영성과 평가를 자사고 폐지만을 위한 수단으로 삼았던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재차 확인한 것”이라며 “교육부와 교육청은 2025년 자사고 일괄폐지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서울교육청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2019년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했고, 행정처분 과정에도 법률적·행정적 문제가 없었다”며 “나머지 자사고 지정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는 평가에 대한 적법성과 정당성이 받아들여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개별 자사고들의 소송과 별개로 2025년 자사고 일괄폐지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도 걸려 있는 만큼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등의 일반고 일괄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변수도 있다. 지난해 5월 수도권 자사고들이 자사고 일괄폐지 정책에 대해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며 제기한 헌법소원이다. 헌법재판소가 자사고 일괄폐지를 기본권 침해라고 판단할 경우 정책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현재 헌재에서 심리 중이다.

남정민/배태웅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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