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접·밀집·밀폐' 작업·공동공간 환경…"개선 필요"
일부 혐오 분위기 부추겨…"감염 책임 전가 경계해야"


최근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공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잇따라 터져 나와 방역 당국이 확산 우려로 긴장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상당수가 공장 기숙사 등의 합숙 생활로 밀접, 밀집, 밀폐 등 이른바 '3밀'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돼 강화된 개선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들 공장의 집단감염을 놓고 일각에서 그 원인을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면서 혐오 분위기를 부추기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공용 공간서 잦은 접촉…마스크 착용은 소홀
18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진관산업단지 내 한 플라스틱 제조공장과 관련해 이날 낮 12시 현재 모두 12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됐다.

이들 가운데 119명이 이 회사 직원이고, 그중 110명(92.4%)이 17개국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다.

이 공장 직원 수는 19개국 출신 외국인 145명과 한국인 32명 등 총 177명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대부분 공장 3층에 마련된 1∼5인실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기숙사 이용 자체가 방역 수칙 위반은 아니다.

그러나 샤워실, 구내식당 등 공용 공간에서 동료들과 자주 접촉하지만 기숙사 안에서는 마스크 착용에 소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건물 자체가 대형 샌드위치 패널 구조인 만큼 환기가 원활하지 않아 집단감염에 취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설 연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충남 아산 귀뚜라미보일러 공장은 확진자 140여 명 중 25명이 외국인 근로자로 파악됐다.

이 공장의 직원 공용 탈의실과 휴게실 등은 환기가 제대로 안 되는 전형적인 3밀 구조로 확인됐다.

방한 비닐로 창문을 막아 밀폐된데다 온풍기 바람을 타고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집단으로 감염된 것으로 방역 당국은 보고 있다.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한 충남 당진 닭 가공공장에서도 확진 직원 39명 중 20명이 외국인 근로자다.

한국인 직원이 먼저 확진된 뒤 함께 식사한 직원들이 무더기로 양성 판정됐다.
'코로나19 사각지대'…무방비 노출된 외국인 근로자들

◇ 취약한 작업·생활 환경…관리·점검 강화해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대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증가하자 주의를 당부했다.

집단 감염의 주요 경로로 직장 동료 간 전파가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위험 요인으로 3밀 작업 환경·공용 공간과 함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직원의 공동 기숙 생활로 인한 노출 증가를 꼽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환기·소독, 공용 공간 이용 시간·인원 조정 등 근무환경 관리가 필요하다"며 "외국인 근로자 관리 등 사업주와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별로도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자체 방역대책을 마련 중이다.

충남도는 외국인 근로자와 체류자들을 전수 검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북도는 기숙사, 외부 단체생활, 작업장 등에 대해 점검을 강화했다.

외국인 비중이 높은 경남 김해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쉽게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기업체가 밀집한 진영읍 보건지소에 임시 선별진료소를 설치했다.

11개 언어로 번역된 코로나19 예방 홍보물과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 생활 방역 수칙이 담긴 안내문도 다문화가족센터 등에 배부했다.

집단감염을 예방하려면 외국인 근로자 분산 수용, 작업환경 개선 등 보다 실효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각 기업도 경영 사정이 좋지 않아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 사각지대'…무방비 노출된 외국인 근로자들

◇ "집단감염 원인은 취약한 노동 현장"
이들 공장의 집단감염에 지역사회 전파 우려까지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공장 집단 감염의 원인을 외국인 근로자에게 돌려 삐뚤어진 혐오 분위기를 부추기는 분위기도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모조리 추방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코로나19 피해자에 불과해 책임 전가를 경계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정의당 남양주시위원회는 이날 논평에서 "집단감염 원인은 외국인 노동자가 아닌 코로나19에 무방비로 노출된 노동 현장"이라며 "이들은 각자의 방을 구할 수 없어 팬데믹 시대에도 합숙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단감염의 원흉이나 비난의 조명이 아닌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왜 그런 환경에서 살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주변 사회적 약자는 어째서 코로나에 더 취약한지 조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보당도 이날 논평을 내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집단의 위태로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노동자들은 코로나 확산 속에서도 여전히 '밀집·밀접·밀폐'된 공간에서 노동, 취약계층을 파고드는 감염의 위기에 노출돼 있다"고 강조했다.

(최영수 김용민 김도윤 양영석 한지은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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