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고 이어 서울 세화·배재고도 자사고 지위 유지
교육부 "2025년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변함없이 추진"
한숨 돌린 자사고…지정 취소 처분 법원서 잇따라 제동
부산에 이어 서울에서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이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자사고들이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

교육부는 행정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2025년 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정책은 변함없이 추진할 계획이라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그러나 자사고 측의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교육 당국과 학교 측의 법정 공방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이날 세화·배재고 학교법인이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자사고 지정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은 지난해 말 부산 해운대고 사례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해 12월 부산지방법원 제2행정부는 해운대고 학교법인 동해학원이 부산시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역시 원고 승소 처분을 내렸다.

자사고들의 잇따른 소송은 2019년 서울 경희·세화·배재고 등 8곳, 부산 해운대고, 경기 안산 동산고 등이 교육청의 재지정 평가에서 무더기로 지정 취소되며 시작됐다.

각 교육청은 일정 주기로 벌이는 재지정 평가에서 자사고들이 기준 점수에 미치지 못했다며 지정 취소처분을 내렸고 교육부가 이에 동의했다.

10개 자사고는 평가 지표를 교육청이 사전에 변경하고도 이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고, 평가 당시 새로운 평가 지표가 자사고에 불리하게 변경됐는데도 이를 학교 운영성과에 소급 적용한 것은 교육감의 재량권 남용이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본안 소송에 앞서 10개 학교가 제기한 자사고 지정 취소처분 집행정지 신청은 법원에서 모두 받아들여졌다.

근본적으로 보면 교육 당국은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고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사고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자사고 측은 고교 서열화 해소라는 명목하에 교육의 다양성을 포기하고 획일적 평등으로 퇴행하는 '자사고 죽이기'가 단행되고 있다고 본다.
한숨 돌린 자사고…지정 취소 처분 법원서 잇따라 제동
법원이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은 자사고 지정 취소처분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남은 7개 자사고 재판 결과에 따라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는 학교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자사고들은 잇따른 승소에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희망도 품고 있다.

그러나 당장 한숨은 돌리게 됐어도 자사고들의 지위 유지는 현재로선 시한부 상태다.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전국의 모든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2025년 3월 1일 한꺼번에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시행령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행정소송 결과와 관계 없이 추진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수도권 자사고와 국제고 24개 학교의 학교법인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헌법상 보장된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지난해 5월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여서 자사고 폐지 법정 공방이 2라운드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관계자는 "헌법 소송은 진행 중이며 처음부터 2025년까지는 가야 결론이 날 것으로 봤다"며 "헌법소원 결과도 희망 있게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