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낙동강유역환경청 등과 독수리 보호 협약
북한에 독수리 먹이주기 제안 등 남북교류도 추진
독수리와 함께 살기…'생태도시' 꿈꾸는 경남 고성군
돼지비계를 논바닥에 던져놓자 기류를 타고 유유히 하늘을 날던 독수리 떼가 기다렸다는 듯이 날개를 펄럭이며 한두 마리씩 경남 고성군 고성읍 기월리 논바닥에 내려앉았다.

독수리 무리는 순식간에 수백 마리로 불어났다.

독수리들은 날개를 접은 채 휴식을 취하거나 다른 독수리, 까마귀 떼와 다투면서 먹이를 먹기에 분주했다.

경남 고성군은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독수리 월동지다.

몽골 내륙에 살던 독수리 떼들이 매면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북한을 거쳐 우리나라로 내려와 월동한 후 이듬해 봄이면 몽골로 다시 돌아간다.

경남 고성군에서는 매년 11월 말부터 독수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올해는 800마리가 넘는 독수리 떼가 고성군을 찾았다.

독수리와 함께 살기…'생태도시' 꿈꾸는 경남 고성군
고성군에서 볼 수 있는 독수리는 살아있는 짐승이나 가축을 사냥하는 '독수리'(eagle)가 아닌 동물 사체를 먹는 '독수리'(vulture)다.

사냥 능력이 없어 위험하지 않지만, 죽은 동물이 없으면 굶어 죽기가 쉽다.

다행히 김덕성(70) 한국조류보호협회 독수리자연학교 대표 등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20여 년 전부터 돼지비계 등 가축 부산물을 독수리들에게 주는 방법으로 독수리 월동을 돕는다.

매년 고성군을 찾는 독수리가 사람이나 가축을 위협하거나 조류인플루엔자 등을 옮기는 유해조수가 아니라는 사실이 주민들에게도 알려지면서 보호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경남 고성군이 18일 문화재청, 낙동강유역환경청, 몽골명예영사관과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독수리 보호 네트워크 구성 업무협약을 했다.

4개 기관은 독수리 먹이 주기와 생태연구 등을 통해 독수리 보호에 힘을 합친다.

독수리와 함께 살기…'생태도시' 꿈꾸는 경남 고성군
백두현 고성군수는 "해마다 우리 고장에 독수리 800여 마리가 찾는다"며 "독수리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친환경 고성군을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백 군수는 독수리를 매개로 남북협력을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매년 몽골 독수리가 북한을 경유해 우리나라, 경남 고성으로 온다"며 "북한에 독수리 먹이 주기 사업을 제안하는 등 독수리를 통한 남북교류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협약을 마친 뒤 독수리 이동 경로와 서식 범위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자 위치추적장치(GPS)를 단 독수리 2마리를 야생으로 돌려보냈다.

독수리와 함께 살기…'생태도시' 꿈꾸는 경남 고성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