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전엔 '항체 실행 기능' 불필요, ADE 부작용도 안심
감염 후엔 실행 기능 최적화해야…미 워싱턴의대, 저널 '셀' 논문
코로나19 항체 제제, 감염 전후 효과 전혀 다르다

지금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용도로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긴급 사용 승인을 받은 약은 모두 9종인데 이 중 3종이 단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 제제(製劑)다.

이런 항체 기반의 약은 인체의 자연적인 항체 형성 과정을 우회해 바이러스 중화 항체를 공급한다.

인체의 면역계를 통해 항체가 형성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만들어진 항체의 효과도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항체 제제는 크게 봐서 '항체 실행 기능'(antibody effector functions)을 제거하거나 강화한 두 가지 유형으로 개발된다.

항체 실행 기능은 항체와 여러 면역계 요소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말한다.

하지만 이 기능을 작동해 다양한 면역세포를 한꺼번에 자극하는 게 코로나19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런데도 제약사들은 지난해 초중반 코로나19 확산이 다급한 상황이어서 서둘러 약 개발에 착수했다.

다행히 너무 늦지 않게, 항체 실행 기능의 작동 여부에 따라 코로나19 항체 제제의 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규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 감염에 앞서 예방용으로 항체 약을 쓸 땐 굳이 항체 실행 기능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런 경우엔 항체 실행 기능의 작동 여부와 상관없이, 변이 코로나 감염에 따른 ADE(antibody-dependent enhancement)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ADE는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나 백신을 투여한 사람이 추후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증세가 훨씬 더 심해지는 걸 말한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의 마이클 다이아몬드 병리학 면역학 교수 연구팀은 16일(현지 시각) 저널 '셀'(Cell) 온라인판에 관련 논문을 제출했다.

코로나19 항체 제제, 감염 전후 효과 전혀 다르다

논문의 수석 저자인 다이아몬드 교수는 "어떤 회사는 항체에서 실행 기능을 제거하고, 다른 회사는 항체의 실행 기능을 최적화하려고 애를 쓴다"라면서 "신종 코로나 감염의 맥락에서 보면 어느 쪽도 더 낫다는 걸 입증하는 데이터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선 코로나 감염에 대한 예방 조치로 실행 기능이 없는 중화 항체를 투여할 경우 감염 차단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중화 항체를 감염 후에 치료 목적으로 투여하면 효과가 떨어지며, 이 경우엔 항체 실행 기능을 최적화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긴 팔과 짧은 팔로 구성된 항체는 외형상 알파벳 'Y'처럼 보인다.

항체의 짧은 팔은 '무한 변신' 능력을 갖춰 어떤 형태의 분자든 모두 식별할 수 있다.

외부 이물질에 달라붙어 '제거 대상' 표시를 하는 게 바로 한 쌍의 짧은 팔이다.

항체의 긴 팔은 다양한 면역세포의 표면 수용체와 결합한다.

항체의 실행 기능을 긴 팔이 담당한다는 뜻이다.

ADE(항체 의존 면역증강)는 항체의 긴 팔과 면역세포가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백신을 맞으면 몸 안에 중화항체가 생성되고 B세포는 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기억을 형성한다.

나중에 같은 바이러스의 변이형이 침입했을 때 면역기억을 가진 B세포가 이전 바이러스 형에 맞서는 중화항체를 만들어 새로운 항체 형성을 방해하는 게 바로 ADE다.

프랑스 제약회사 시노피는 2017년 뎅기 바이러스 백신 '뎅그박시아'를 시판됐는데 필리핀에서 약 70명의 접종자가 ADE로 사망하자 접종을 중단했다.

신종 코로나와 유사한 사스 바이러스(SARS-CoV-1) 백신을 개발할 때도 ADE 문제가 동물 실험에서 보고됐다.

항체 기반의 코로나19 제제를 개발하는 제약사들이 항체 긴 팔의 염기서열을 조작하는 이유도 ADE를 피하려는데 있다.

코로나19 항체 제제, 감염 전후 효과 전혀 다르다

다이아몬드 교수팀은 신종 코로나를 잘 식별해 중화하는 항체에서 긴 팔의 실행 기능을 제거해 변이 항체를 만들었다.

이어 실험용 생쥐를 세 그룹으로 나눠 각각 정상 항체, 변이 항체, 가짜 항체(placebo antibody)를 투여하고 하루가 지난 뒤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게 했다.

항체를 투여한 생쥐는 실행 기능의 작동 여부와 상관없이 폐의 바이러스 수위가 가짜 항체 투여 그룹보다 낮았고 체중도 덜 줄었다.

하지만 감염 후 투여할 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지 각각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난 생쥐 그룹에 '정상-변이-가짜' 순으로 항체를 투여했더니, 정상 항체는 효과가 있었고, 변이 항체는 효과가 없었다.

이런 항체 기반의 코로나19 제제 가운데 일부는 요양원 등의 고위험 환경에 맞춘 예방용으로 개발되지만 대부분 감염 환자를 치료하는 데 전용되고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원하는 종류의 항체 실행 기능을 높이기 위해 염기를 바꿔 돌연변이를 조작할 수도 있다"면서 "항체의 실행 기능을 어떻게 활용하면 원하는 걸 가려서 얻을 수 있는지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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