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총장에 항의 서한 쓴 반크 청년리더 옥다혜 씨
반크 "'학문의 자유', 윤리 의무 다했을때 부여되는 것"
"학문의 자유는 윤리와 의무를 다한 학자에게만 주어지는 겁니다.

"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에서 15년째 활동하는 '청년 리더' 옥다혜 씨가 17일 미국 하버드대 로렌스 바카우 총장을 강력 비판했다.

바카우 총장은 이날 옥 씨에게 "마크 램지어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주장의 내용을 담은 논문은 "'학문의 자유'에 포함되기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답장을 보냈기 때문이다.

바카우 총장은 답장에서 "대학 내에서 램지어 교수가 논쟁적인 견해를 표현한 것도 학문의 자유에 포함된다.

논쟁적인 견해가 우리 사회 다수에게 불쾌감을 줄 때도 마찬가지"라며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그 개인의 의견임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을 앞둔 옥 씨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철회시키고 대학 차원에서의 규탄을 요구해달라는 항의 이메일을 8일 보낸 결과, 총장으로부터 이날 답장을 받아냈다.

옥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카우 총장이 일본군 위안부와 전쟁 성범죄 이슈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발언"이라며 "흑인 노예문제 라든가 독일 나치가 세계평화에 기여했다는 연구도 학문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캠퍼스 내에서 허용된다고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자에게는 더욱 고양된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고, 학자의 의견은 더 큰 사회적 영향력이 인정되므로 그만큼 학자의 양심을 걸고, 객관적인 증거가 뒷받침된 주장만이 학문의 자유에 의해 보호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옥 씨는 램지어 교수가 국제사회가 널리 인정하는 일본군 위안부가 전쟁 성노예 제도였다는 관련된 증거와 자료들을 무시하고, 일본 식민사관이 제공한 증거와 자료에만 근거해 논문을 작성했다고 질타하면서 "최소한 학자의 양심과 의무를 다하지 않아 학문의 자유라는 이름 뒤에 숨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옥 씨는 현재 반크에서 글로벌 청원을 맡고 있다.

세계 최대규모 청원사이트인 '체인지닷오아르지'에 램지어 교수의 논문 철회 요청 청원을 비롯해 2019년부터 30개의 다양한 청원을 올렸다.

그가 올린 램지어 교수 관련 청원에는 96개국 1만600여 명이 호응했다.

그는 글로벌 청원은 '공공외교'의 새로운 모습이라고 했다.

청원에 호응하는 사람들 중 '이건 나라가 해야 하는데, 외교부는 뭐하고'라는 의견을 내거나 '반크가 왜 나서냐'는 목소리도 있는데, 모든 문제를 전부 국가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대응을 하는 것보다는 반크처럼 효율적이고 파급력이 큰 공공외교 활동으로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설명했다.

옥 씨는 중학교 때 반크 사이버 외교관 교육을 받았고, 고등학교 때 반크 동아리 리더로 활동했다.

"중고등학교 때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외교관이라면 할만한 일들을 미리 해본다는 생각으로, 반크 활동을 했어요.

한 외국인이 '독도, 그 문제가 왜 중요한데? 그냥 가위바위보나 하지'라는 이야기를 들은 뒤 본격적으로 반크 활동에 뛰어들었죠."
그는 반크 활동을 하면서 '조국과 민족을 위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스스로 생각하고 근거를 찾아보고, 생각을 글로 써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 시간을 계기로 오히려 더 많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옥 씨는 청년들에게 "주어진 답을 외우는 데 지치신 분들이라면, 반크 활동에 참여해 역사, 문화, 환경, 아시아, 여성, 혐오 발언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을 형성하고 표현해 보라"고 권했다.

반크 "'학문의 자유', 윤리 의무 다했을때 부여되는 것"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