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세를 보이던 코로나19가 설 연휴 이후 확산세로 돌아섰다. 그 속도가 빠르고 전방위적이란 점에서 ‘4차 대유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영업시간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 고삐를 다시 죄는 등 방역조치 완화를 당분간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39일 만에 600명대 확진…코로나 '4차 대유행' 우려
질병관리청은 지난 16일 하루 동안 621명이 코로나19에 새로 감염됐다고 17일 밝혔다. 전날(457명)보다 164명 늘어난 수치다. 하루 확진자 수가 600명대로 올라선 건 1월 10일(657명) 이후 39일 만이다.

증가폭도 14일 17명(326명→343명), 15일 114명(343명→457명) 등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1주일간 지역발생 확진자 수는 하루평균 406명으로, 다시 2.5단계 범위(전국 400명 이상 또는 더블링 등 급격한 환자 증가)에 들어왔다.

특히 설 연휴 가족 모임발(發) 집단감염이 현실화하면서 수도권에 집중됐던 확진자가 전국으로 퍼질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사람이 세종시에 거주하는 친척에게 옮기는 등 ‘수도권→비수도권 전파 사례’가 다수 나왔다. 감염 경로를 모르는 환자가 늘고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16일 신규 확진자 가운데 ‘감염 경로 조사 중’으로 분류된 사람은 78명으로, 전날(38명)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반면 감염 확산의 방어막 역할을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15일부터 상당폭 완화된 상태다. 감염병 전문가들이 4차 대유행 가능성을 경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부도 보다 ‘느슨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15일부터 수도권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1시간 연장해주는 등 방역조치를 완화한 데 이어 3월부터는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등 강제 조치를 최소화하되 방역수칙을 위반하면 엄격히 제한하는 방식의 새로운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할 계획이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7일 “살얼음판을 걷는 방역 상황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곳곳에서 드러나는 해이해진 방역 의식”이라며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방역당국은 방역조치 강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하면 방역조치를 다시 강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여지가 있다”며 “수도권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을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로 완화한 것이나 거리두기 단계 조정 등도 재검토가 가능한 사항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 반장은 3월로 예정된 새로운 거리두기 시행 시점에 대해서도 “코로나19가 안정적으로 통제될 때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로 전환하려고 한 것”이라며 “시기의 적정성이 고민스러워질 것”이라고 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