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노후 지하철역을 리모델링해 문화예술 공간으로 꾸미는 ‘문화예술철도 사업’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1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문화예술철도 사업을 일부 보류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남북 균형발전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했다. 강북에 있는 지하철 1·4호선의 노후한 12개 역사를 전면 리모델링하고, 영등포시장역과 군자역을 문화예술철도 특화 시범역으로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시는 전면 리모델링 대상인 1호선 서울·종각·종로3가·종로5가·동대문·신설동·제기동·청량리역 가운데 종로5가와 동대문, 신설동역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개 역은 사업 추진을 보류하기로 했다. 4호선의 경우 미아·쌍문역은 당초 설계대로 공사를 진행하고, 한성대입구·서울역은 미관 개선 없이 냉방 시설만 설치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틀었다.

1·2단계로 나눠 문화예술철도 특화역으로 조성 중이던 영등포시장역은 현재 완공된 1단계에서 사업을 멈추기로 했다. 군자역은 특화역 조성사업 추진 자체를 보류했다.

시는 지하철역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꾸미기 위해 역사 내 상업광고를 감축하던 기조도 바꾸기로 했다. 시에 따르면 2017년 14만3477건이던 서울 지하철 역사 내 상업광고는 지난해 10만6352건으로 25.9% 줄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광고 공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수준에서 상업광고 제공을 다시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서울교통공사의 광고수익이 약 158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승객 감소와 만 65세 이상 무임승차 손실 등으로 올해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