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에 이미 상당 비용 투입…냉장고·온도계 비용 만만 찮아
보건소에 지원 문의했더니 '알아서 하라'는 대답만
동의 비율 높지 않은 것도 고민…"구상권 청구한다니 사실상 반강제" 의견도
[르포] "낮은 접종 비율에 큰 비용부담" 접종 앞둔 요양병원 혼란
"백신을 맞겠다는 인원은 절반도 안 되고, 구비해야 하는 물품은 비싸 현장은 혼란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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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접종 대상인 요양병원 내부는 벌써 혼란을 빚고 있다.

정부는 이달 26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AZ)사 백신 접종을 65세 미만 요양병원·요양시설 입소자와 종사자에게 개시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현재 부산지역 요양병원·요양시설 관계자들은 백신 관련 물품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백신을 보관하는 냉장고와 일정 수준 이상 온도를 확인할 수 있는 온도계를 자체 비용으로 구비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냉장 보관이 필수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해 사야 하는 냉장고는 병원 규모에 따라 수 대에 달하고, 온도계는 개당 30만∼50만원에 육박한다.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24시간 확인, 감지할 수 있는 온도계를 의무적으로 구비해야 한다"며 "이미 코로나19로 방역에 상당한 비용을 들였는데, 백신을 위해 추가로 구매하는 것은 의료기관에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요양병원 관계자 역시 "구매한 온도계는 45만원이고, 냉장고는 가격이 그 이상인데 병원에서 전부 사라고 한다"며 "기존 냉장고에 보관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추가 구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회에서 공동 구매하자는 말이 나왔지만 혹시 몰라 자체 구매했다"며 "보건소에 지원해 달라고 문의했으나 '알아서 하라'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르포] "낮은 접종 비율에 큰 비용부담" 접종 앞둔 요양병원 혼란
또 지난 20일께 백신 관련 온라인 교육을 수료하라는 공문이 촉박하게 내려와 요양병원 종사자들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요양병원 관계자는 "의료진들 일정을 고려하지 않고 설 직전에 공문을 내려보내 교육을 수료하기 어려웠다"며 "백신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꼼꼼하고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한데 그러지 못했을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요양병원 관계자는 "설을 쉬고 왔는데 갑자기 교육을 이수하라고 해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사들이 모두 교육을 수료했다"고 말했다.

이어 "온도계 구비, 온라인 교육 수료 등 촉박하게 시간을 주고선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접종에서 제외하겠다는 식"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부작용 우려로 환자뿐 아니라 요양병원 종사자들 역시 백신 접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병원은 더 난감한 상황이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는데 추후 확진자가 생길 경우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요양병원에서 종사자를 대상으로 백신 수요 조사를 한 결과 30%에 불과했다.

보호자들 역시 해당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며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요양병원 관계자는 "불안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 100인 이하 소규모 요양병원의 경우 접종을 하지 않는 것을 검토하는 병원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접종이 강제는 아니지만, 구상권을 청구한다니 사실상 반강제라는 의견도 있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