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규 유족이 진정 제기…문체부 등에 '재발방지' 의견
인권위 "전명규, 올림픽 위해 故노진규 건강보호 소홀"
전명규(58) 전 한국체육대학교 교수가 어깨를 부상한 쇼트트랙 선수 고(故) 노진규씨의 건강보다 눈앞에 있는 올림픽 출전권 획득 등 단기 성적을 위해 보호조치를 소홀히 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17일 노씨 유족이 제기한 진정을 각하하는 대신 이러한 판단을 바탕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대한체육회장,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한국체대 총장에게 재발 방지를 위한 의견을 표명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에이스'로 불리던 노씨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골육종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가 2016년 24세의 젊은 나이로 숨졌다.

그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노선영(32)씨의 동생이기도 하다.

노씨는 2013년 9월 월드컵 시리즈 1차 대회를 마친 뒤 조직검사 결과 어깨 부위에서 종양이 발견됐으나 통증을 참으며 소치 올림픽 이후로 수술을 미뤘다가 2014년 1월 훈련 도중 팔꿈치 골절로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

그는 팔꿈치 수술과 함께 어깨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종양까지 제거하려다가 애초 알고 있었던 것과 달리 악성 종양인 골육종으로 판명받았고, 왼쪽 견갑골을 들어내는 큰 수술을 받은 뒤 항암 치료를 이어갔다.

전 전 교수가 노씨를 혹사시켰다는 의혹은 2018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출연한 모친이 인터뷰를 통해 제기했다.

당시 모친은 '아들의 어깨 부위에 종양이 발견됐지만 전 전 교수가 올림픽이 달려있다며 수술을 막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노씨 유족들은 2019년 전 전 교수 등 당시 코치진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하지만 전 전 교수 등은 "피해자(노진규)가 올림픽 출전을 위해 여러 대회에 참가한 것은 외부 병원의 진단 결과를 검토해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노씨의 일기와 휴대전화 문자 기록 등을 검토한 결과 "피해자가 소치 올림픽 개인전 출전권이 걸린 2013∼14 제3차 및 제4차 월드컵과 제26회 동계 유니버시아드에 출전한 것은 피해자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코치진에 대해서도 "부상이 심각한 피해자의 안전과 건강, 장기적 경력 관리보다는 목전에 닥친 우리나라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개인전 출전권 획득이나 우수한 성적 등과 같이 종목단체나 지도자의 이해를 우선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2013∼2014년에 걸쳐 발생한 일이라 공소시효가 끝난 데다 피진정인들의 대회 출전 강요를 형사상 강요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진정 자체는 각하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