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 출장정지 이어 국가대표 선발 제외
각종 방송·광고 등에서 사실상 퇴출
학폭 의혹 제기 일주일 만에 다 잃었다
흥국생명 이재영(왼쪽)과 이다영 [사진=연합뉴스]

흥국생명 이재영(왼쪽)과 이다영 [사진=연합뉴스]

쌍둥이 배구선수 이재영, 이다영 자매가 학교 폭력 의혹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한 가운데 대한민국배구협회는 두 선수의 어머니인 김경희(55)씨에게 지난해 수여한 '장한 어버이상'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6일 현재 이다영, 이재영 자매는 학폭 논란으로 각종 방송·광고 등에서 사실상 퇴출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두 선수의 영구퇴출을 요구하는 청원글도 게시됐다.

소속팀인 흥국생명은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결정했고 이어 배구협회도 '국가대표 자격 무기한 박탈'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배구협회는 곧 열리는 이사회에서 장한 어버이상 수상 취소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 배구 대표팀 세터였던 김경희씨는 자매를 국가대표로 키운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2월 '2020 배구인의 밤' 행사에서 상을 받았다.

배구협회는 또 이재영, 이다영의 국가대표 자격 무기한 박탈 징계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협회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학교폭력 사건들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학교폭력 가해자는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규정에 따라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 도쿄올림픽 등 앞으로 모든 국제대회 선발과정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흥국생명도 "이번 일로 배구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께 실망을 끼쳐드려 죄송하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학교 폭력은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면서 "두 선수는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등 깊이 반성하고 있다. 구단도 해당 선수들의 잘못한 행동으로 인해 고통받은 피해자 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흥국생명은 "두 선수는 자숙 기간 중 뼈를 깎는 반성은 물론 피해자분들을 직접 만나 용서를 비는 등 피해자 분들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이라면서 "구단은 이번 일을 거울삼아 배구단 운영에서 비인권적 사례가 없는지 스스로 살피고, 선수단 모두가 성숙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재영, 이다영 선수.

이재영, 이다영 선수.

당초 흥국생명은 "현재 두 선수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심신의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징계라는 것도 선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신적·육체적 상태가 됐을 때 내려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흥국생명이 징계를 미루는 것으로 보이자 일부 피해자는 반발하며 추가 폭로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에 협회와 흥국생명이 두 선수에 대한 징계를 서두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흥국생명은 "징계는 한 시즌이 될 수도, 두 시즌 이상이 될 수도 있다"며 당분간 두 선수에 대한 급여도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두 선수의 연봉은 합쳐서 1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에는 "운동선수는 운동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인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두 선수의 퇴출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현재 1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학폭 논란 이후 기아자동차는 두 사람이 출연한 광고를 삭제했다.

보통 광고 계약 때는 모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등 광고업체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경우, 광고비의 약 200~300%의 위약금을 무는 '품위유지 조항'이 담겨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두 사람이 위약금을 물게 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이번 사건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두 사람에 대한 폭로글이 게재되면서 시작됐다.

앞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직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들입니다'라는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10년이나 지난 일이라 잊고 살까도 생각해봤지만 가해자가 자신이 저질렀던 행동은 생각하지 못하고 SNS에 올린 게시물을 보고, 그때의 기억이 스치면서 자신을 돌아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내서 쓴다"면서 "글을 쓰는 피해자는 총 4명이고, 이 사람들 외에 더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21개에 걸친 학폭 피해 사례를 서술했다. 강제로 돈을 걷고,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들까지 욕하는 것은 물론, 새로 산 물건을 "빌려달라"고 강요하거나 물리적인 폭행을 가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충격을 안겼다.

A씨는 "가해자가 같은 방을 쓰던 피해자에게 무언가를 시켰는데 이를 거절하니 칼을 가져와 협박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더럽다, 냄새난다며 옆에 오지 말라고 했으며 매일 본인들 마음에 안 들면 항상 욕하고 부모님을 '니네 X미, X비'라 칭하며 욕했다", "운동 끝나면 가해자들의 보호대나 렌즈통 등을 피해자들이 챙겨야 했는데 까먹기라도 하면 '지금 찾을 건데 안 나오면 X진다. XXX아'라고 했다" 등의 구체적인 사례를 나열했다.

또 이다영이 SNS에 선배 김연경을 저격하며 올린 "괴롭히는 사람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죽고싶다"는 글을 언급하며 "본인이 했던 행동들은 새까맣게 잊었나 보다. 본인도 하나의 사건 가해자면서, 제대로 된 사과나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고 도망치듯이 다른 학교로 가버렸으면서 저런 글을 올렸다는 것이 너무나 화가 나면서 황당하다"고 했다.
김연경이 동료 이다영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연경이 동료 이다영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다영과 이재영은 중학교 선수 시절 동료에게 범한 학교폭력 전력이 드러나자 10일 SNS에 공식사과문을 게재한 뒤 소속팀을 이탈한 상황이다.

이다영은 자필 사과문을 통해 "저의 잘못한 행동으로 상처입은 분들께 사죄드린다"며 "실망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학창시절 같이 땀 흘리며 운동한 동료들에게 어린 마음으로 힘든 기억과 상처를 갖도록 언행을 했다는 점 깊이 사죄드린다"며 "앞으로 자숙하고 반성하는 모습 보이도록 하겠다"고 썼다.

이재영은 "철 없었던 지난날 저질렀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많은 분들께 상처를 드렸다.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앞으로 제가 했던 잘못된 행동과 말들을 절대 잊지 않고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다영은 사과문을 게재하면서도 소속팀 주장인 김연경 선수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언팔로우(친구 끊기)하면서 사과에 진정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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