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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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군(軍) 사법계에 여성들의 진출이 늘고 있다. 10년 복무가 기본이지만, 정년이 보장되고 육아휴직 등 '워라밸'이 지켜지는 근무 환경에 여성 변호사들이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여기에 매년 신규로 배출되는 변호사 수는 증가하는데 송무 시장 규모는 제자리걸음인 탓에 군복을 입는 여성 법조인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년 복무하지만 … '女 > 男' 이미 추월

15일 국방부에 따르면 장기 군법무관 임관자 가운데 여성의 수는 4년째 남성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해 선발된 22명의 장기 군법무관 중 14명이 여성이었다. '셋 가운데 둘'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2019년 임관한 23명 중에선 13명이, 2018년 임관한 22명 중 12명이 여성이었다. 2017년엔 21명 가운데 15명을 차지했다. 한 번 임관하면 5년차가 되어서야 전역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이후엔 10년을 복무해야 함에도 여성 임관이 급증한 것이다.

이번 연도 장기 군법무관은 지난 3일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법조계에선 "올해도 여성 변호사들의 관심이 높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군 판사, 군 검사 등으로 일하는 장기 군법무관은 남녀를 통틀어 원래 인기 있는 직군이 아니었다. 장기 군법무관을 처음 선발한 2004년에는 15명 모집에 단 2명 만이 지원했다. 2007년엔 '0명'이었다. 복무 기간 이사가 잦고 로펌 등 다른 근무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봉이 적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2011년에도 지원자 '미달' 사태가 벌어지자, 국방부는 장기 군법무관에 지원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을 대상으로 군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20년 복무하면 연금도 … 로스쿨 "블루오션"

상황이 바뀐 건 로스쿨 졸업생들의 법조계 진출이 본격화 되면서다. 매년 배출되는 신규 변호사 수는 급증하는데 반해 법률 시장은 최근 수년 째 성장을 멈췄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치러진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1768명으로 10년 전 800여명(사법고시)에 비해 곱절 이상 늘었다.

이같은 환경에서 장기 군법무관은 '안정적'인 직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건 수임 경쟁에 시달릴 필요가 없고 격무도 드물다는 전언이다. 20년 동안 복무하면 군인 연금도 나온다. 지난 2019년 70여명이던 지원자는 지난해 100명 수준으로 뛰었다.

한 로스쿨 관계자는 "신분이 보장되고 복지가 지원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꽤 있다"며 "수도권 대비 사건 발생 및 수임 건수가 적을 수 밖에 없는 지방 소재 로스쿨 출신들이 지원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귀뜸했다.

독특한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단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22년간 군 법무관으로 복무한 법무법인 YK의 김영수 변호사는 "수사, 재판 등 사법업무 외에도 국가소송, 국유재산 관리, 방위사업 등 다양한 경력을 쌓고 싶어 임관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킬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특히 여성들의 임관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쓸 수 있고, 군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이용도 가능하다.

서울 시내 한 사립 로스쿨에 재학 중인 김 모씨(27)는 "이미 군 복무를 마치고 로스쿨에 입학하는 남학생이 흔한 상황에서 군 법무관에 관심을 갖는 쪽은 되레 여학생 쪽"이라며 "각종 복지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복무할 경우 웬만한 중형 로펌에 못지 않은 처우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장기 군법무관을 준비하는 여학우들이 심심찮게 보인다"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